국내 조선 산업이 올 들어 상반기(1∼6월) 기준으로 역대 최악의 수주 성적표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각 사의 노사 갈등이 심화되면서 조선업 전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4일 글로벌 조선·해운 시황조사기관 클라크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상선 발주량 632만 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중 국내 조선소가 수주한 양은 83만 CGT에 불과했다. 지난해 상반기 수주량 685만 CGT에서 88%나 줄어든 수치다. 특히 클라크슨이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기 시작한 1996년 이후 20년을 통틀어 최저 실적이다. 전 세계 발주량이 전년 대비 3분의 1로 줄어든 게 결정적이지만 국가 간 경쟁에서도 중국(242만 CGT)과 이탈리아(89만 CGT)에 밀렸다.
우울한 소식은 또 있다. 산업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근로자들이 행동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노조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파업 찬반 투표 시행 여부를 논의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1일 노동쟁의 조정 신청에 대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합법적인 파업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11일경 찬반 투표를 강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4일 ‘준법 투쟁’ 카드를 꺼내들었다. 공식 근무 시간인 8시에 30분 앞서 출근해 조업을 준비하던 것을 거부하고 8시까지 출근하기 시작한 것. 이날 오후에는 노동부 통영지청에 사측이 노사 합의를 어겼다며 고소 고발장을 제출했다. 지난달 하순 경남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파업 신청을 반려당한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쟁의 이유를 ‘구조조정 반대’에서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 결렬’로 바꿔 파업 절차를 다시 밟을 예정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실적이 날로 고꾸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에 기력을 낭비한다면 국내 조선 산업은 희망이 없다”며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