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매물 ‘홍수’… 과천도 ‘흐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6일 03시 00분


중도금 대출규제 발표 1주일… 수도권 주택시장 가보니

《 5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미주아파트 단지 내 공인중개사들은 장맛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손님들을 맞느라 분주했다. 1000여 채 규모의 이 아파트는 최근 재건축 사업을 시작하면서 시세가 연초보다 4000만 원 이상 올랐다.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새 아파트 분양가가 9억 원을 넘지 않아 중도금 대출규제는 ‘남의 일’”이라며 “저금리 호재로 오히려 매물이 회수되면서 빈손으로 돌아가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의 대출 규제 직격탄을 맞은 강남 재건축 시장은 썰렁한 분위기다. 잠실주공5단지의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지난 주말 현재 시세보다 1억 원 낮은 가격에 매물을 구해 달라는 수요자도 있었다”며 “집주인과 수요자가 원하는 가격의 차이가 커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
 

○ 강남권 재건축 매매 거래 ‘올 스톱’

6월 28일 중도금 대출규제 방침을 담은 ‘2016년 하반기 경제 정책방향’이 발표된 이후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매매 거래가 크게 줄었다. 사진은 5일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전경.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6월 28일 중도금 대출규제 방침을 담은 ‘2016년 하반기 경제 정책방향’이 발표된 이후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매매 거래가 크게 줄었다. 사진은 5일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전경.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지난달 말 정부가 중도금 대출보증 액수와 건수를 제한하기로 하면서 서울 강남·북 주택시장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달부터 수도권과 광역시에서 분양되는 분양가 9억 원 이상 신규 아파트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대출보증을 받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올 초부터 강남구 개포지구, 서초구 반포동 등지에서 강남발(發) ‘고분양가 릴레이’를 주도하던 단지들의 매매 거래가 최근 크게 줄었다.

이날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중도금 대출규제 방안이 발표된 지난달 28일 이후 1주일 동안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에서 이뤄진 매매 거래는 3건에 그쳤다. 5000여 채 규모의 재건축 단지인 이곳은 올해 2분기(4∼6월)에만 86건의 매매계약이 이뤄졌을 정도로 매물 손 바뀜이 활발했던 곳이다. 하지만 시세보다 3000만 원 이상 낮은 가격에 나온 급매물도 팔리지 않고 있다. 이 기간 반포1·잠실5단지 등 강남권의 다른 대규모 재건축 단지에서 신고된 매매 거래 역시 전무하다.

분위기가 급랭하면서 강남지역 재건축 조합들은 분양가 책정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특히 3.3m²당 3000만 원 안팎의 분양가를 계획했던 송파구와 경기 과천시 등은 패닉 상태다. HUG 대신 시공사의 연대보증을 끼고 중도금을 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이상 올라 청약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강남구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일반분양 물량이 많은 단지일수록 이번 규제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라며 “이달 개포주공3단지 분양 성적을 보고 분양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반사이익 기대하는 ‘대출규제 무풍지대’

반면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를 제외한 서울의 나머지 지역들은 규제 발표 이후에도 평소 수준의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강북권 아파트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약 80%로 높아진 데다 새 아파트 분양가도 9억 원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상반기 강북 14개 구에서 분양된 단지들의 3.3m²당 평균 분양가는 1709만 원이었다. 전용면적 84m²의 분양가가 5억8000만 원 정도다. 같은 기간 강남 11개 구에서 분양된 단지들의 분양가는 3.3m²당 2916만 원이었다.

위례, 미사강변도시 등 수도권 신도시들은 내심 대출규제에 따른 반사이익까지 기대하는 모습이다.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도시의 경우 신규 분양 아파트의 3.3m²당 분양가가 1400만 원대이지만 단지별로 5000만 원 이상의 웃돈이 형성돼 왔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강남 재건축 수준의 웃돈이 붙은 서울 인접 신도시들로 눈길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외 경제 상황의 변수가 적지 않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7∼12월) 시장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따른 추가 금리 인하 여부가 하반기 분양시장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며 “강남 재건축 매매가가 단기간에 조정되지는 않겠지만 하반기까지는 시장 흐름을 관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강성휘 기자·신다은 인턴기자 연세대 국제학부 4학년
#중도금 대출규제#수도권#주택시장#재건축#개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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