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 없는 제품이라는 뜻의 ‘노브랜드(No Brand)’는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48·사진)이 추진한 ‘이마트 비밀 연구소, 52주 발명 프로젝트’의 핵심 성과물이다. 지난해 4월 처음 선보인 노브랜드는 상품의 기능에 집중하고 포장 등 기타 비용을 줄여 가격을 낮춘 이마트의 자체 상품 브랜드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초 노브랜드 프로젝트 추진을 임직원들에게 주문하면서 “대형마트가 성장 정체에서 벗어나려면 발상의 전환을 통한 새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그 결과 브랜드 없는 브랜드 제품이 나왔다. 특징은 노란색 단색 포장지. 포장지 겉면에 제품명과 간단한 설명 정도만 넣었다. 포장 비용을 줄여 제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다. 감자칩 같은 과자부터 물티슈 등 생활용품까지 제품군도 다양하다.
노브랜드는 시판 3개월 만에 2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돌풍을 예고했다. 올해 들어서는 매출이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55억 원이었던 월 매출은 올해 2월 86억 원, 4월 112억 원, 6월 133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5일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노브랜드의 총매출은 638억 원. 지난해 하반기(7∼12월) 노브랜드 매출(208억 원)의 3배다. 이마트는 노브랜드가 올해 연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매출이 뛰면서 다른 업체들 사이에서도 노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낮은 가격에 디자인도 좋은 이 제품군을 놓고 유통업계에서는 급격히 매출이 늘어난 중국의 저가 휴대전화 샤오미에 빗대 ‘정용진의 샤오미’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브랜드의 흥행이 소비자의 최근 구매 성향과 맞닿아 있다고 분석한다. 불황일수록 소비자는 디자인과 가격, 편리성을 꼼꼼히 살펴보고 제품을 구매하는데, 노브랜드가 이런 기호에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마트의 최진일 노브랜드 기획팀장은 “노브랜드가 가격은 저렴하지만 만족도는 결코 뒤처지지 않아 재구매율이 높다”며 “노브랜드 콜라, 사이다에 이어 새로운 제품도 계속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설문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글로벌 정보분석기업 닐슨코리아가 최근 국내 소비자 507명을 대상으로 소비재 신제품을 구매한 이유를 조사한 결과 ‘기존 사용 제품보다 가격이 적당했기 때문에’(25%·복수응답)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더 편리한 생활을 도와주는 제품이라서’(21%)와 ‘다른 제품보다 사용하기 더 편리해서’(19%) 등의 응답이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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