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이모 씨(31·여)는 최근 한 금융사 통합 멤버십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다. 이 금융사의 은행과 카드를 이용하며 쌓은 포인트를 모아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이렇게 모은 포인트 5만 점을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현금 5만 원으로 찾았다. 그는 “은행과 카드사에서 따로 모은 포인트를 한꺼번에 쓸 수 있는 데다 포인트를 바로 현금으로 바꿀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세금을 줄이는 ‘세(稅)테크’에 이어 ‘포인트테크(포인트+재테크)’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똑똑하게 포인트를 잘 이용하는 것도 재테크라는 의미다. 이에 국내 금융사들도 통합 멤버십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며 ‘포인트 대전(大戰)’에 나섰다. 선두 주자인 하나금융지주의 ‘하나멤버스’ 가입자가 8개월 만에 500만 명을 넘는 등 이용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의 진화
5일 하나금융에 따르면 ‘하나멤버스’의 가입자 수는 지난달 27일 5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서비스는 KEB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카드 등 6개 계열사의 포인트를 통합한 것이다. 최근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그룹 통합 멤버십 서비스인 ‘신한판(FAN)클럽’과 ‘위비멤버스’를 내놨다. 신한판클럽은 신한금융그룹 6개 계열사, 위비멤버스는 우리은행과 우리카드의 포인트를 통합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KB금융지주도 9월 ‘KB멤버스’(가칭)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 통합 멤버십 서비스는 흩어져 있던 포인트를 모아서 쓸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같은 금융그룹 내 계열사 포인트는 물론이고 외부 제휴사의 포인트까지 모을 수 있다. 현재 하나멤버스는 SSG머니(신세계), CJONE, OK캐쉬백 등 다른 멤버십과 포인트를 교환할 수 있다. 신한판클럽도 SSG,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과 제휴를 맺었다.
포인트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선 기존의 포인트 서비스보다 한 단계 진화했다. 하나멤버스, 신한판클럽, 위비멤버스 모두 일정 포인트 이상 모이면 자신의 은행 계좌에 현금으로 넣어주는 캐시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멤버스와 위비멤버스 이용자는 ATM에서 포인트를 현금으로 바로 찾는 것도 가능하다.
○ ‘핀테크 날개’ 달고 차별화 경쟁
금융사들이 통합 멤버십 등 다양한 서비스 경쟁에 뛰어드는 이유는 저금리로 수익 기반은 악화되는 반면에 경쟁은 더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초 계좌이동제 도입에 이어 연말까지 주거래 계좌의 잔액까지 옮길 수 있는 ‘계좌통합관리 서비스(어카운트인포)’가 도입되는 등 갈수록 은행 간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이라며 “이에 기존의 고객을 붙잡는 동시에 새로운 고객도 확보하기 위한 차별화 경쟁이 치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핀테크 활성화 정책과 맞물린 모바일 시장의 성장세도 영향을 미쳤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비대면(온라인 또는 모바일) 채널 이용 고객이 늘어나는 등 금융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려면 통합 플랫폼 기반의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하나금융이 포인트의 ATM 출금 등의 기능에 대해 특허심사를 신청하면서 금융사들의 ‘포인트 대전’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심사 결과는 11월쯤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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