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제동을 걸면서 SK그룹은 에너지·화학, 반도체와 함께 그룹의 3대 성장 축인 ‘정보통신기술(ICT)’ 부문 성장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경영에 복귀한 뒤 속도를 높이던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전략’이 난관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SK그룹은 굵직한 M&A를 통해 신사업을 키우며 성장해왔다. 1980년 대한석유공사(현 SK이노베이션)를 인수해 그룹의 숙원이던 ‘석유에서 섬유까지’라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한 게 대표적이다. SK는 이후 정보통신 분야를 차세대 성장 사업으로 정하고 1994년 민영화 대상이던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사들였다.
최근 들어서도 크고 작은 M&A는 계속되고 있다. 2006년 인천정유(현 SK인천석유화학), 2007년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 2012년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 2014년 바이오랜드(현 SK바이오랜드) 등이 대표적이다. 최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지난해에는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를 인수했다. 카셰어링 사업자 쏘카 지분 20%를 사들이기도 했다.
SK는 M&A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적도 있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kt렌탈 인수전에서 “추가 입찰에 참여하면 인수 가격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며 “2차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과 굵직굵직한 M&A 시도는 SK 사업 전략의 핵심이다. 최 회장은 지난달 말 확대경영회의에서 “변하지 않는 기업은 ‘서든 데스(갑작스러운 몰락)’를 맞게 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CJ헬로비전 인수 실패를 계기로 SK그룹이 M&A 일변도의 성장전략에서 내부에서 성장 동력을 키워나가는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한편 SK그룹 내부에서는 이번 M&A 좌절의 후폭풍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SK 관계자는 “이번 인수 건은 그룹 차원에서 의사결정을 하지 않은 데다 계열사 차원에서 진행하는 ‘스몰 딜(작은 거래)’”이라며 “이 정도 규모의 딜은 늘 있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SK텔레콤을 비롯한 ICT 부문 계열사들은 당장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외적 변수로 인한 주력 계열사의 M&A 실패가 현실화하면서 그룹 전체의 M&A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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