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1∼6월) 국내 시장에 주식형펀드를 내놓은 자산운용사 중 ‘플러스(+)’ 수익률을 낸 곳은 절반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형이 상대적으로 안전 자산에 주로 투자하는 채권형펀드보다 수익률이 떨어지는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낮은 수익률과 글로벌 증시에 대한 불안감이 겹치면서 주식형에서 채권형으로 자금이 옮아가는 ‘머니 무브’도 일어났다.
6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순자산 300억 원이 넘는 40개 자산운용사의 주식형펀드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12개 회사만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수익률도 ―1.67%로 저조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0.46% 상승했고, 대표 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200이 1.56% 상승했다.
조사 대상 자산운용사 중 수익률 1위는 상반기 1.47% 수익률을 올린 NH-아문디자산운용이 차지했다. 이어 베어링자산운용(1.46%), 교보악사자산운용(1.24%) 순으로 나타났다. 평균 수익률 1%를 넘긴 자산운용사는 5곳에 불과했다.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은 ―11.12%로 가장 많은 손실을 냈으며, 지난해 메리츠코리아펀드로 돌풍을 일으켰던 메리츠자산운용은 ―9.31%로 두 번째로 많은 손실을 내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운용자산 100억 원 이상인 주식형펀드 가운데 유경PSG자산운용의 ‘유경PSG액티브밸류펀드’의 수익률이 8.96%로 가장 높았다. 이어 ‘키움코리아에이스펀드’(2.79%), ‘IBK그랑프리한국대표펀드’(2.64%) 등이 뒤를 이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올해 1, 2월 ‘차이나 쇼크’로 주가가 폭락할 때 입은 손실을 제대로 만회하지 못해 주식형펀드가 저조한 성적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코스피 회복을 이끈 철강업, 중공업 등 대형주에 투자한 펀드가 적었던 것도 펀드 수익이 낮은 원인으로 분석됐다. 문규현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초 중후장대형 산업이나 수출기업 전망을 어둡게 본 펀드매니저들이 포트폴리오에서 이 종목들의 비중을 낮췄다”며 “그러다 보니 코스피가 상승할 때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상반기에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자금 이탈이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우려, 중국의 경기 침체 등으로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채권형펀드로 자금이 흘러 들어간 것이다.
상반기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2조2533억 원이며, 같은 기간 채권형펀드가 빨아들인 돈은 3조2492억 원으로 집계됐다. 채권형펀드의 평균수익률(1.87%)도 주식형을 앞섰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주식형펀드에서 채권형펀드로 자금이 이탈하는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브렉시트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실치 않아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낮추고 돈 풀기를 단행하면서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시중 자금이 주식형펀드로 흘러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재위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정책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선진국 기업들의 이익 회복과 적극적 재정 정책이 뒷받침되면 주식 등 위험자산 수익률이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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