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고삐 조여도… 발길 몰리는 분양시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9일 03시 00분


개포주공 3단지 본보기집 북적… “투자목적엔 재건축만 한게 없어”
수도권 분양현장에도 방문 이어져

8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향동지구의 ‘호반베르디움’ 본보기집에서 방문객들이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이달부터 중도금대출 규제가 시작됐지만 이날 문을 연 전국 7곳의 본보기집은 예비청약자들로 북적였다. 호반건설 제공
8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향동지구의 ‘호반베르디움’ 본보기집에서 방문객들이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이달부터 중도금대출 규제가 시작됐지만 이날 문을 연 전국 7곳의 본보기집은 예비청약자들로 북적였다. 호반건설 제공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남부순환로(도곡동) 현대힐스테이트갤러리. 현대건설이 강남구 개포주공 3단지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 아너힐스’의 본보기집이 마련된 이곳에는 3.3m²당 분양가가 4000만 원을 넘는 초고가 아파트를 직접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유닛이 전시된 3층이 복잡해 1층부터 대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 방문객은 “중도금 대출을 못 받을 수 있어 부담되기는 하지만 투자 목적으론 아직 강남 재건축만 한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중도금 대출보증 규제가 시작되면서 분양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분양 열기가 계속되고 있다. 대출 규제가 처음으로 적용되는 아파트들이 8일 전국 7곳에서 본보기집을 개관하자 예비청약자들이 몰려들어 중도금 대출 규제에 대한 문의를 쏟아냈다.

‘디에이치 아너힐스’ 본보기집을 찾은 방문객들은 초고가 아파트의 설계와 마감재, 고급 가구 등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청약접수 일정과 분양가, 시공사 대출 여부를 물었다. 이 아파트는 분양가가 9억 원을 초과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을 받을 수 없는 첫 단지다. 이에 따라 시공사 연대보증으로 대출을 받거나 계약자가 개인대출을 받아야 한다.

강남구 개포동에서 왔다는 한 50대 방문객은 “중도금 대출 조건이 궁금한데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니 답답하다”며 “시공사 대출이 안 되더라도 당장 계약금만 준비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일단 넣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주로 자금 여력이 충분한 서울 강남권 청약자가 많아 중도금 대출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다른 본보기집도 예비청약자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호반건설이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향동지구에 짓는 ‘고양 향동 호반베르디움’ 본보기집은 8일 개관 첫날 5000여 명이 몰렸다. 2시간을 대기해야 입장이 가능하다는 안전요원의 말에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도 많았고, 사람들이 몰려들자 개관시간을 2시간 연장하기까지 했다. 분양 관계자는 주말까지 약 3만 명이 다녀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84m²의 최고 분양가가 4억4500만 원으로 중도금 대출보증은 가능하고, 1인당 대출보증 횟수만 제한받는다. 박민규 호반건설 분양사업소장은 “이미 받은 대출이 있는 경우 어떻게 하는지 묻는 분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크게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1인당 2번으로 제한되지만 배우자까지 합치면 한 집에서 4번까지 청약할 수 있기 때문에 큰 제약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중도금 대출 규제로 투기수요가 일부 빠지면서 청약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분양가 9억 원 미만인 서울 강북권, 수도권 택지지구 등은 풍선효과가 예상되고, 강남권 재건축 시장도 저금리 기조로 인해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곧 정상화될 것”이라면서도 “단기 시세차익만 노리고 자기자본 없이 분양을 받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 / 고양=강성휘 기자
신다은 인턴기자 연세대 국제학부 4학년
#본보기집#개포주공#대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