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배터리 삼국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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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삼성SDI, 세계1-3위 차지… ‘오너경영’ 방식으로 장기투자 장점
파나소닉, 테슬라에 독점 공급 선점… 中정부도 대규모 투자로 맹추격

전기자동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둘러싼 한중일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겐지 다무라 파나소닉 에너지사업부문장은 최근 “파나소닉은 배터리 수명 등을 지속적으로 향상함으로써 테슬라와의 독점계약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일본 파나소닉은 테슬라와 배터리 독점공급 계약을 맺고 있으며, 두 회사는 약 50억 달러(약 5조8000억 원)를 투자해 미국 네바다 주에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인 ‘기가팩토리’를 짓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도 투자가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 온라인 매체 펑파이(澎湃)는 중국전지망(中國電池網) 자료를 인용해 올해 상반기(1∼6월) 중국기업 54곳의 리튬이온 배터리 투자 계획이 총 1160억 위안(약 19조7200억 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 한중일 삼국지 가속화

리튬이온 배터리는 유럽이나 미국 등 서양 기업이 아닌, 한중일 기업들이 세계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독특한 산업이다. 초기엔 파나소닉과 소니 등 일본 기업들이 크게 앞섰지만, 최근 한국 기업들이 추월하거나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네비건트 리서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경쟁력 평가’에서 따르면 LG화학과 삼성SDI가 각각 1, 3위를 차지했고, 일본의 파나소닉과 AESC는 각각 2, 4위였다.

국내 산업계에서는 한중일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이유로 ‘오너 경영’과 ‘손재주’를 꼽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는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몇 년간 손해 볼 각오를 해야 한다”며 “한중일 기업에선 오너가 투자하자고 하면 밀어붙일 수 있는 반면, 미국이나 유럽 기업에선 전문경영인의 재임 기간에 대규모 손해를 감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일본·중국의 공격적 성장 가시화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는 테슬라와 파나소닉의 협업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테슬라가 내년 말부터 판매할 모델3는 전 세계에서 예약 주문 대수만 40만 대를 넘어섰다.

테슬라는 최근 자사의 자율주행차가 5월 첫 사망사고를 냈다는 사실이 알려져 곤혹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다무라 부문장은 WSJ에 “최근 사고는 올해 공장을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파나소닉 전기차 배터리 사업 수익은 2019년 40억 달러(약 4조4600억 원)로 현재의 2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전기차 누적 보급대수 500만 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보조금 지원과 세금 감면, 충전소 확충 등 각종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에는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가 걸림돌이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중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4차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 인증업체’에서 탈락했다. 최종 인증 탈락이 확정되면 2018년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업체들은 향후 진행될 5차 심사에서 인증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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