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리스에 여배우 이름… 수면과학에 포근한 감성 입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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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브랜드 시몬스의 럭셔리전략

▲수면 전문 브랜드 시몬스가 새롭게 선보인 ‘뷰티레스트 블랙’ 컬렉션의 최고급 모델인 ‘데보라’. 1920년대 유행한 아르데코 예술
 양식과 미국 상류사회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시몬스는 최근 카탈로그, 매장 이미지 등을 럭셔리한 패션 화보처럼 구현하고 
있다. 시몬스 제공
▲수면 전문 브랜드 시몬스가 새롭게 선보인 ‘뷰티레스트 블랙’ 컬렉션의 최고급 모델인 ‘데보라’. 1920년대 유행한 아르데코 예술 양식과 미국 상류사회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시몬스는 최근 카탈로그, 매장 이미지 등을 럭셔리한 패션 화보처럼 구현하고 있다. 시몬스 제공
‘가구 브랜드가 아닌 럭셔리 브랜드와 경쟁한다.’

7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 시몬스갤러리에서 열린 수면 전문브랜드 ‘시몬스’의 최상위급 매트리스 컬렉션 ‘뷰티레스트 블랙’ 론칭 행사장. 최근 1년여간 본격적으로 럭셔리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며 국내 프리미엄 침대시장 공략에 나섰던 시몬스의 내공이 느껴졌다. 전시장 곳곳에는 이 회사가 비주얼, 디자인, 공간 등 3가지 측면에서 추진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오롯이 반영돼 있었다. 이날 공개된 시몬스의 최고급 컬렉션 ‘뷰티레스트 블랙’에는 1870년부터 침대 전문 브랜드로 기술을 축적해온 이 브랜드의 수면 연구 및 기술 노하우가 집약됐다. 시몬스는 가슴으로 느끼고 머리로 이해한 뒤에야 소비에 나서는 최근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해 감성과 이성을 모두 아우르는 ‘감성 과학’을 새 전략으로 제시했다.

○ 침대 브랜드가 아닌 럭셔리 브랜드로

▲시몬스의 ‘뷰티레스트 블랙’ 컬렉션에는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 및 최고급 소재가 접목됐다. 60여 종에 이르는 매트리스 중에서 자신의 신체 특성, 생활 습관 등에 따라 최적화된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시몬스의 ‘뷰티레스트 블랙’ 컬렉션에는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 및 최고급 소재가 접목됐다. 60여 종에 이르는 매트리스 중에서 자신의 신체 특성, 생활 습관 등에 따라 최적화된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시몬스는 세계 최초로 제조기술 특허를 취득한 포켓스프링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수면 과학 기술을 총망라한 ‘뷰티레스트 블랙’ 매트리스에 할리우드 여배우들인 ‘켈리’ ‘데보라’ 같은 이름을 붙였다. 프랑스 럭셔리 패션 브랜드 에르메스가 모나코 왕비였던 그레이스 켈리의 이름을 딴 ‘켈리백’, 배우 겸 가수 제인 버킨의 이름을 딴 ‘버킨백’으로 제품에 인격을 부여한 것과 같은 전략이다. 약 60종에 달하는 매트리스에 여배우의 이름을 달아 감성적 요소를 극대화한 것이다.

이는 시몬스 침대가 스스로를 침대 브랜드가 아닌 럭셔리 브랜드로 리포지셔닝하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경쟁 대상을 기업 입장이 아닌 소비자 관점에서 보기 시작한 것이 발상을 전환하는 출발점이 됐다. 침대 산업 내 경쟁자들만을 겨냥해 저가 모델을 개발하는 식으로 출혈 경쟁에 뛰어드는 대신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관련한 전체 럭셔리 산업군으로 경쟁 구도를 확대한 것이다.

마침 국내 럭셔리 산업군에서는 최근 몇 년간 패션시장의 성장이 다소 주춤한 대신 주(住)생활과 관련한 소비자 니즈가 확대되고 있다. 이는 ‘소유와 소비’보다 ‘공유와 경험’으로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남에게 드러내기 위한 과시형 제품보다 내가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경험형 제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과도 맞닿아 있다.

시몬스는 원래부터 경쟁 우위에 있던 프리미엄 시장에도 블루오션이 남아있지 않을까, 그 가능성을 모색했다. 시몬스 관계자는 “국내 대중적 브랜드들과 2000만 원대가 넘는 고급 수입 브랜드 사이, 500만∼1500만 원대의 ‘합리적 가격대의 프리미엄 제품(affordable luxury)’시장에서 신규 수요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럭셔리 전략에 따라 비주얼, 디자인, 공간 커뮤니케이션 전략도 일사불란하게 진행됐다. 카탈로그 편집도 국내 가구업계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썰렁한 제품 사진 나열 방식 대신 컬렉션 콘셉트인 ‘아르데코 예술 양식에서 영감을 받은 1920년대 미국 상류사회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했다. 직접 세트를 짓고 촬영 및 편집 작업에 유명 패션 매거진 출신의 전문가들을 투입하는 등 패션 매거진 제작 방식을 도입했다.

침대 소비의 절반가량이 결혼 시장에서 발생하는 점을 감안해 신혼부부 세대에 맞는 비주얼커뮤니케이션도 강화했다. 즉 이들의 세대적 특성에 맞춰 브랜드 웹사이트 디자인을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해 개발하고 거의 이미지로만 구성된 홈페이지를 만들어 직관적으로 제품을 검색할 수 있게 했다.

제품 디자인도 같은 전략을 썼다. 침대 프레임을 특급 호텔들이 즐겨 사용하는 패브릭 소재로 구성하고 매트리스 커버 원단에도 디자인을 입히는 등 디테일에 집중했다.

직영 매장인 시몬스 갤러리는 카탈로그에서처럼 1920년대, 미국의 ‘재즈 에이지’를 연상시키는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다시 꾸몄다. 또 포시즌스, 신라, W워커힐 등 최고급 호텔에 맞춤 제작 매트리스를 공급해오면서 ‘6성급 호텔 매트리스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역사를 반영하듯, 전시 공간 입구에 문을 달고 호텔처럼 방 번호를 매기기도 했다.

이 같은 시몬스의 럭셔리 전략은 새로 영입된 구성원들을 통해 기획, 실현되고 있다. 안정호 시몬스 사장은 약 2년 전부터 브랜드 전략사업부 실장, 비주얼 머천다이저(MD), 직영점 매니저, 인사팀장 등을 모두 제냐, 샤넬 등 럭셔리 패션 브랜드 출신으로 채워 넣었다. ‘기업을 변화시키는 것은 곧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조직의 대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 기술의 차이

비주얼커뮤니케이션 등 다소 감성적인 영역뿐 아니라 기술적 영역에서도 ‘뷰티레스트 블랙’에는 과거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술이 대거 추가됐다. 이 매트리스는 원래 미국 시몬스가 개발한 완제품을 수입해 약 2년 전부터 국내 소비자들에게 판매해 왔다. 하지만 한국 시몬스의 기술적 위상이 미국 시몬스를 추월할 정도로 성장한 데다 국내 소비자들의 체형적 특성 및 까다로운 요구사항을 반영하려면 국내 생산이 적합하다고 판단해 국내 제작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뷰티레스트 블랙’의 핵심 기술인 ‘어드밴스드-포켓스프링(삼중 나선 구조의 케이블)’은 세 개의 스프링선을 하나로 꼬아 좀 더 섬세하게 몸을 지지해준다. 또 다양한 포켓스프링을 조합한 ‘블랙 케이블 포켓스프링’ ‘블랙 케이블 파이브 커플링 시스템’ ‘블랙 케이블 멀티 로프 시스템’ 등은 미세한 진동까지 없애 ‘흔들리지 않는 최강의 편안함’을 제공할 수 있다고 시몬스 측은 설명했다.

매트리스를 겹겹이 채우는 레이어링 공법에도 ‘감성 과학’이 접목됐다. 과거에 비해 좀 더 부드러운 지지감을 원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리넨, 캐시미어, 실크 등 약 50종의 최고급 소재를 엄선해 매트리스에 눕는 순간 온몸이 포근하게 지지되는 느낌을 받도록 구성했다. 이러한 브랜드 전략의 전환 덕분인지 최근 몇 년간 시몬스 매출은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안정호 시몬스 대표는 “최근 럭셔리 매트리스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철저히 ‘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완벽한 ‘기준’을 제시한다는 생각으로 장인 정신과 기술력을 접목한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신은경 인턴기자 매캘러스터칼리지 경제학·아시아학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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