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파고가 높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중국의 성장 둔화로 인해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을 겪을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어려워진 상황에서 개별 기업들은 다양한 생존 전략을 짜고 있는데 그중 빠지지 않는 것이 비용 절감이다. 이제 기업의 비용 절감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하지만 실패로 끝나는 비용 절감이 적지 않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011년 9월 비용절감 프로젝트를 시작해 4년 동안 지점 축소와 인적 구조조정 등을 통해 21억 달러의 비용을 줄였으나 도리어 3위 은행으로 밀려났다. 지점 축소와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소매대출 위축, 예금 축소를 불러오며 영업 경쟁력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자칫 전략적 고민 없이 이뤄지는 비용 절감은 기업 경쟁력을 훼손하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효과적인 비용 절감으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기업에서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비용을 찾아 절감할 것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훼손하지 않을 것 △절감 금액은 기업의 핵심 자산에 재투자할 것 △비용 절감에 대해 임직원의 충분한 동의를 얻을 것 등이다.
그렇다면 비용 절감은 어떤 방법으로 진행해야 할까. 크게 3가지 방법으로 개선 사항을 찾을 수 있다. △구매 방법의 적정성을 분석해 개선책을 찾는 구매 개선 △기존 업무나 장비의 효율적 운영 등을 포함하는 운영 개선 △투자가 필요한 시설이나 인프라 개선 등 시설 개선이다. 예를 들어 A기업은 고객에게 제공하는 제품을 포장하는 박스를 사는 데 연간 20억 원을 지출해왔다. 그동안 현황 파악을 꼼꼼히 하지 않다가 계약서를 통해 구매 명세를 확인해보니 납품 박스의 80%를 공급하는 회사가 전문 박스 제조사가 아닌 납품된 박스에 로고를 찍는 인쇄업체였다. 공급가격에 ‘거품’이 끼어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A기업은 전문 박스 제조사 5개 업체를 대상으로 가격 견적을 받아 비교한 후 새로운 계약을 맺는 한편 기존 납품가격 인하 협상을 벌여 약 5억 원의 비용을 줄였다.
구매, 운영, 시설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비용 절감을 이끌어내기 앞서 보통 7가지 분석 틀을 참고하면 유용하다.
△비용 분석 △지출 비용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비용-편익 분석 △1, 2위 기업 사례를 참고하는 벤치마킹 분석 △유휴자원 활용을 통한 초과수익 창출 가능성 분석 △불필요하게 새나가는 누수비용 분석 △기업 내 부서 간 비교 등을 통한 크로스체크 분석 △세금과 각종 부담금을 줄이는 비용 환급금 분석이다.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비용 절감을 추진할 때에도 기억해야 할 것이 적지 않다. 일단 비용 절감을 눈에 보이도록 하는 게 좋다.
1997년 말 부채비율 1114%, 6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해 생존불가 판정을 받은 한국전기초자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2000년 1767억 원의 순이익을 내는 회사로 탈바꿈한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당시 대표는 하루 3회에 걸쳐 ‘사원과의 대화’를 실시하며 외환위기 속의 어려운 회사 상황과 자금 문제 등에 대해 직원들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직원들은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알고 단합해 위기를 극복했다. 이처럼 비용 절감은 직원들이 적극 참여해야 성공할 수 있다.
과거를 묻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좋은 비용 절감안이 제시됐을 때 “진작에 하지 않고 뭐 했느냐”고 타박하거나 추궁한다면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할 리 없다. 비용 절감 성과제를 운영하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훌륭한 비용 절감 아이디어에 대해 적절한 인센티브를 주면 직원들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비용 절감을 강조하면서 납품 단가를 일방적으로 인하하고 기존 예산을 일률적으로 삭감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납품업체의 수익성을 악화시켜 품질 저하를 야기하면 결국은 고객의 신뢰를 잃게 된다. 비용 절감의 네 가지 원칙을 상기하며 ‘나쁜 비용절감’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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