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은 기본… 전신 가꾸는 남성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2일 03시 00분


반바지 입으려 다리털 제거… 제모용품-눈썹칼 등 판매급증

올리브영에서 판매 중인 레그트리머(다리털 정리 면도기·왼쪽)와 니플밴드 제품. 드러그스토어와 온라인쇼핑몰에서 해당 제품들의 판매량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올리브영 제공
올리브영에서 판매 중인 레그트리머(다리털 정리 면도기·왼쪽)와 니플밴드 제품. 드러그스토어와 온라인쇼핑몰에서 해당 제품들의 판매량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올리브영 제공
“숲인 줄 알았어. 개미가 들어가면 한 달은 헤매겠다.”

직장인 김모 씨(30)는 최근 반바지를 입고 모임에 갔다가 친구들이 무심코 던진 이런 농담에 상처를 받았다. 그는 “BB크림도 바르고 양말 하나에도 신경 쓸 정도로 미용과 패션에 관심이 많은데 다리털 때문에 놀림을 당할 줄 몰랐다”며 “그렇다고 해서 매끈하게 미는 것도 창피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김 씨는 아는 사람으로부터 ‘레그트리머’(다리털 정리 면도기)를 소개받았다. 다리털을 완전히 밀지 않으면서도 숱만 적당히 골라낼 수 있는 기구다. 그는 레그트리머를 이용해 2주마다 다리털을 밀고 있다. 김 씨는 “신세계를 봤다. 요즘 자신감 있게 반바지를 입고 다닌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외모에 관심을 갖는 ‘그루밍족’들이 진화하고 있다. 그루밍족은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를 일컫는다. 예전에는 얼굴에 수분크림이나 BB크림을 바르고 파우더만 사용하는 수준이었다. 그들이 이제는 다리털을 관리하고 가슴에는 니플밴드를 붙이며 프라이머(BB크림을 바르기 전에 사용하는 기초화장품)까지 바르는 등 전신 관리까지 시작했다.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건 레그트리머다. 올리브영의 올해 2분기(4∼6월) 이 제품의 판매량은 1분기(1∼3월)의 12배에 이른다. 옷이 얇아지는 여름철에 가슴의 중요 부위가 비치는 것을 가려주는 니플밴드의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6월 니플밴드의 판매량은 5월보다 179% 늘었다. 이 기간에 눈썹을 다듬는 남성용 눈썹칼의 판매량은 170% 증가했으며 남성용 프라이머는 73% 뛰었다. 11번가에서는 6월 제모용품과 데오드란트 등 남성 관련 미용 제품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43% 증가했다.

이에 따라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09년 6억2350만 달러(약 7155억 원) 규모였던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은 2014년 10억2990만 달러(약 1조1818억 원)로 62.8% 성장했다. 2020년에는 15억 달러(약 1조7213억 원)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용 용품까지 포함한다면 시장 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미족(도시에 사는 젊은 남성)을 중심으로 남성 미용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기초화장을 하면 색조화장으로 가는 것처럼 미용에 눈을 뜬 남성들이 좀 더 섬세하게 자기 관리를 시작한 것”이라며 “외모가 경쟁력이 되면서 치열하게 관리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그루밍족#레그트리머#니플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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