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이 다른 시중은행에 선수금환급보증(RG)을 제때 발행해 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조선사가 힘들게 수주에 성공해도 막상 금융권이 보증을 꺼리면서 경영 정상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나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1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다른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들과 만나 현대중공업에 관한 이 같은 우려를 전달했다. RG는 조선사의 선박 건조에 문제가 생기면 발주처에서 받았던 선수금을 금융회사가 대신 물어주겠다는 보증계약이다. 최근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RG 규모를 줄이며 조선사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올 5월에도 현대중공업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척을 수주했지만 한동안 RG를 발급받지 못하다가 하나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한 척씩 RG를 내주며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은행들의 ‘비 올 때 우산 뺏기’식 리스크 관리에 금융당국도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7일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들을 불러 자금난에 처한 중소 해운·조선사에 대한 지원을 지나치게 줄이지 말라고 당부했다. 취약 업종이라는 이유로 대출을 축소하면 나중엔 정상 기업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진웅섭 금감원장도 시중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선·해운업에 대한 여신 회수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로 은행들이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부실채권 정리에 나서면서 지난달 은행권의 기업대출은 올 들어 처음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42조9000억 원으로 전달보다 1조2000억 줄었다. 대기업 대출이 2조9000억 원 감소했고, 중소기업 대출은 증가폭이 1조7000억 원으로 전달(3조7000억 원)보다 크게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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