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이 ‘거품은 아니지만 다소 높다’고 평가했다. 가격 부침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1단지 전경. 동아일보DB
“집값은 보합 또는 소폭 상승하고, 지역별 상품별 차별화는 심해진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전망하는 올해 하반기(7∼12월) 부동산시장의 기상도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동아일보가 부동산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문가들은 “저금리, 유동성 장세 속에서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일부 지역과 상품에만 수요가 쏠리는 차별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여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합세라는 응답이 11명(55%)으로 가장 많았고, 1∼2%대 오를 것이라는 응답이 7명(35%)으로 뒤를 이었다. 수도권의 집값 상승세가 언제까지 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연말까지’(9명·45%)라거나 ‘내년 상반기(1∼6월)까지’(9명·45%)라는 대답이 많았다. 내년 상반기에는 흐름이 바뀔 가능성을 높이 본 것이다. 지방의 집값 조정은 ‘향후 2∼3년간 지속될 것’(14명·70%)이라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거시경제 불확실성, 대출 규제, 공급 과잉 등의 우려가 있지만 저금리 및 유동성 공급이 침체를 어느 정도 막아주고 있다”며 “다만 공급 과잉 우려가 높은 일부 지역은 침체를 피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올해 상반기 광풍이 불었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거품까지는 아니지만 약간 높다’(14명·70%)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투자 시기는 올해 3분기(7∼9월·4명), 4분기(10∼12월·7명), 내년 상반기(3명) 등으로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도입 가능성, 대내외 변수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재건축은 대내외 변수에 따라 가격 부침이 큰 투자형 상품”이라며 “내년 이후 가격 변동을 살피면서 저가 매입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 “청약시장, 점포 겸용 단독주택 유망”
하반기 투자 유망 상품을 묻는 질문(중복 응답)에는 △분양·청약시장(9명) △점포 겸용 단독주택(7명) △재건축(6명) △상가(4명) △원룸·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3명) 순으로 응답했다. 지역별로는 강남 재건축, 수도권 공공분양, 서울 인접 택지지구 등을 추천한 반면 수도권 외곽 및 지방 신규분양, 기존 주택 매매시장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답변이 많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7월부터 중도금 대출 규제가 시작됐지만 분양가 9억 원 이상 물량만 규제를 받는 등 실수요자에게는 다른 선택의 길이 열려 있어 유망 물량 위주의 청약 열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돈이 몰리고 있는 점포 겸용 단독주택을 추천하는 전문가들도 많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거주하면서 상가 임대수익을 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베이비부머들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며 “다만 인터넷쇼핑몰, 대형 할인점의 등장으로 과거보다 임대수익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여윳돈이 1억 원 정도면 도심권 소형 아파트나 빌라, 3억 원 정도면 도심권 아파트를 전세 끼고 사거나 분양권을 구입하는 것도 괜찮다”며 “10억 원 이상이면 역세권을 중심으로 상가주택을 노려볼 만하다”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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