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협업 요청할 땐 충분히 설명하고 기대감 높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8일 03시 00분


효과적인 ‘ARCS모델’ 커뮤니케이션

“제가 조금 전 메일로 요청드린 자료, 내일까지 부탁드립니다.”

“네? 그건 좀 힘들겠는데요. 내부 사정이 있어서요.”

하루에 수십 번씩 오고 가는 대화, 바로 업무 협조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직장에서 하는 일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과 도움을 주고받아야 마무리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협업은 쉽지 않다. 다른 부서와의 업무 협조는 물론이고 심지어 같은 팀 구성원들 간에도 협업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문제의 원인은 대부분 의사소통 과정에서 발생한다. “상대가 업무 요청 시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명령하듯 기분 나쁘게 이야기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부탁하면 무조건 안 된다고 거절한다” 등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효과적인 협업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의외로 교육학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교육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어떻게 하면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자발적으로 학습에 몰입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다. 다양한 실험 결과, 학습자의 학업에 대한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 내려면 크게 △주의(Attention) 환기 △관련성(Relevance) 강조 △자신감 (Confidence) 수립 △만족감(Satisfaction) 증대 등 4가지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학 전문가들은 이 4가지 요소의 앞 글자만 따 ‘ARCS 모델’이라고 부른다. 학습자를 ‘요청받는 사람’으로 바꿔 생각하면, ARCS 모델이 훌륭한 업무 요청을 위한 방법도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주의 환기다. 협업을 요청할 때는 먼저 일의 맥락과 추진 배경에 대해 상대방에게 충분히 이야기해야 한다. 이런 설명 없이 무작정 도와 달라고만 하면 상대방의 반감을 사기 쉽다. 두 번째는 관련성 강조다. 도움을 요청하는 그 일이 어떻게 상대방 업무와 연결되며, 협업이 상대방에게도 가치 있는 일임을 설명해야 한다.

세 번째는 자신감 수립이다. 손에 닿지 않는 높이에 있는 과일을 따기 위해 계속해서 점프할 사람은 거의 없다. 마찬가지로 요청 업무가 나에게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라 생각돼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싶으면 포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요청하는 사람은 단순히 자신의 요구 사항만 전달할 게 아니라 상대방의 현재 업무 상황과 제약 조건을 살펴야 한다. 그리고 요청하려는 업무의 상세 내용을 조정해 상대방이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심어 줘야 한다.

마지막 네 번째는 만족감 증대다. 학습자의 지속적 동기 부여를 위해서는 ‘보상’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위한 학습에도 그럴진대, 하물며 남의 부탁을 받아서 하는 일에 보상이 필요한 건 당연하다. 보상이 꼭 물질적일 필요는 없다. 칭찬과 인정, 성취감 같은 무형적 보상으로도 충분하다. 따라서 업무를 요청할 때는 상대방이 일을 마쳤을 때 얻을 수 있는 성과에 대해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언급해 줌으로써 일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

협업 요청 시 ACRS 방법론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공적인 업무상 필요해서 요청하는 일을 이렇게 구구절절 다 말해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불편해도 두세 번 반복 연습을 통해 익숙해지면 분명 평소보다 업무의 질이 향상되고, 서로 오래 알고 지내던 사이인데도 관계가 전보다 훨씬 좋아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우창 HSG 휴먼솔루션그룹 경영전략연구소장 wclee@hsg.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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