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테러, 사드… 항공-여행업계 ‘삼겹殺’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9일 03시 00분


휴가철 알짜노선 악재에 울상

가족여행을 위해 8월 초 프랑스행 항공권을 끊어놓은 황수웅 씨(26)는 요즘 여행을 취소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끊이지 않는 유럽의 테러 때문이다. 황 씨는 “이미 숙소 등 예약에 150만 원은 썼는데, 환불이 안 되는 조건으로 싸게 예약한 것이어서 취소하려니 부담스럽다”면서도 “첫 가족 해외여행인데 테러 걱정 때문에 괜히 노심초사하면서 제대로 즐기지도 못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여름휴가지로 프랑스, 네덜란드, 브뤼셀을 정하고 여행 준비를 하던 주모 씨(29·여)는 목적지를 중국 상하이(上海) 디즈니랜드로 바꿨다. 주 씨는 “나도 불안하고, 주위 어른들의 반대도 많았다”고 말했다.

지구촌의 테러와 정치 불안 때문에 항공·여행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전통적으로 휴가철이 있는 3분기(7∼9월)는 업계의 최대 성수기지만, 유독 인기노선만 골라서 터지는 악재로 휴가철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유럽 여행 비중이 전체 매출의 22%를 차지하는 A여행사는 본격적인 유럽 여행 시즌이 시작됐지만 오히려 유럽 여행 문의가 크게 떨어져 고민 중이다. 특히 이 여행사의 터키 여행객 수는 매년 20%씩 늘어났지만 6월 말 터키 아타튀르크 국제공항 테러 이후로 예약이 대부분 취소됐고 이제는 상품 문의 자체가 없는 상태다. A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터키·그리스, 터키·스페인 등을 묶어 여행 상품을 만드는데 터키를 빼면 아무래도 여행 수요 자체가 줄어들 것 같아 걱정”이라고 밝혔다.

항공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주 5회 인천∼터키 이스탄불 노선을 운항하는 대한항공은 18일 노선을 결항시키기로 이날 아침 급히 결정했다. 15일 밤(현지 시간) 발생한 쿠데타 시도로 아직 현지 치안이 불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측은 “항공기 운항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현지의 보안과 안전에 관한 정보를 추가로 확인하기 위해 결항 조치를 했다”며 “이후 항공 편에 대해서는 현지 정세와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은 19일 예정된 터키 노선 운항을 계획대로 하기로 했다. 아시아나는 기존 주 3, 4회 운영하던 터키 노선을 마침 17일부터 주 5회로 늘린 터라 속을 끓이고 있다.

항공업계가 걱정하는 것은 지금이 최대 성수기인 휴가철이 시작되는 시기인 데다 문제가 되고 있는 지역이 이른바 ‘알짜’ 노선들이기 때문이다. 테러로 얼룩진 프랑스는 세계 최고 관광지 중 하나이고, 터키의 경우 5년간 여행객이 2배 가까이 증가하며 한창 성장하는 여행지다. 또 유럽은 장거리 노선이어서 많은 수익이 나는 곳이기도 하다.

보통 여행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일정을 바꿀 시간 자체가 없어 바로 대규모 취소 사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새로 계획을 짤 시간이 있을 경우에 여행지를 바꾸거나 취소하는 일이 많아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는 것이 항공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시아 지역이라고 악재가 피해 가지는 않았다. 바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로 중국과의 긴장 관계가 팽팽해졌기 때문.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항공·여행업계는 물론이고 화장품·면세점 등 한류 관련 산업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한편 18일 대한항공과 터키항공은 “이번 터키 쿠데타 시도로 인한 항공권 취소(환불) 및 여정 변경에는 수수료가 붙지 않는다”고 밝혔다. 쿠데타 시도는 천재지변과 같은 ‘불가항력 사항’으로 분류돼 항공사나 고객 모두에게 책임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김성규 sunggyu@donga.com·백연상 기자
정현우 인턴기자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4년
#여름휴가#해외여행#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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