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이념논쟁은 그만… 경쟁력 높일 묘안찾기 머리 맞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9일 03시 00분


[세제개혁, 지금 안하면 못한다]<中>정쟁아닌 정책 문제로 접근하자

《 법인세 인상을 둘러싼 정치권의 해묵은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야당은 법인세율을 내렸더니 대기업들이 투자는 하지 않은 채 돈을 쌓아놓기만 했다며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세율 인상 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반면 정부 여당은 법인세율 인상이 기업들의 투자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추세와도 역행한다며 세율 인상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여야 모두 세율 조정에 따른 경제적 파장이나 저성장 장기화, 자본이동 자유화 등 변화된 경제 환경에 대한 철저한 검토 없이 진영 논리로만 접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법인세 논쟁 역시 세율 인상이란 단편적 이슈에 매몰돼 있는 실정이다. 》

○ 이념의 포로가 된 법인세

야당에서 법인세율 인상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대상은 대기업이다. 중소기업의 세 부담은 덜어주면서 돈을 잘 버는 대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거두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는 다수의 국민은 법인세율 인상과 직접적 관련이 없기 때문에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정치적 계산도 반영돼 있다. 이에 따라 야당은 이명박 정부가 집권 첫해인 2008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내린 것을 ‘부자감세’ ‘대기업 특혜’로 규정한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세율 인상이 자칫 ‘민간투자 위축→고용 저하→경기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야당이 대기업만을 겨냥해 법인세율 인상을 주장하는 것이 정치적 목적이 담겨 있다고 비판한다. 여권의 지지 기반인 재계나 보수층에서 법인세율 인상에 비판적인 점도 정부 여당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이렇듯 여야가 법인세 문제를 세금 관점이 아닌 이념대결이나 진영 간 논리로 접근하면서 법인세율 인상 문제는 공론화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좀처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반면 세계 각국은 기업 경쟁력을 키우고 외국인 투자 유치를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법인세율 조정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절반인 17개국이 법인세율을 낮췄다. 최근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영국을 빠져나가는 기업들을 붙잡기 위해 현재 20%인 법인세율을 15% 이하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김재진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법인세 논란이 이념 논쟁이 되면서 정치적으로 접점을 찾기가 불가능해졌다”며 “지금이라도 정치권이 ‘이념 논쟁의 굴레’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법인세 개혁안을 마련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조세중독’ 부추기는 땜질식 감면제도

법인세를 둘러싼 또 다른 쟁점은 각종 감면 제도 정비다. 정치권 일각에선 세율 인상 대신 감면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경제개혁연구소가 2008∼2015년 국세통계연보를 분석해 발표한 ‘최근 연도 법인세율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법인세 공제 항목은 32개에 이른다.

하지만 현재 유지되고 있는 감면 규정들은 모두 명분이 확실한 탓에 손을 대기가 쉽지 않다. 감면제도가 △연구개발(R&D) 진흥 △중소기업 육성 △기부 촉진 △고용 창출 등 특정 정책 목적과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법인세는 소득세에 비해 비과세 감면제도 측면에서 상당 부분 정비가 이뤄진 상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전체 법인세 감면액은 2011년 9조2000억 원에서 올해 6조6000억 원으로 5년 새 28.2% 줄었다. 같은 기간 소득세 감면액이 13조8000억 원에서 19조4000억 원으로 오히려 37.7% 늘어난 것과는 대비되는 결과다.

문제는 정부가 기존 규정을 정비하는 것 못지않게 특정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해 새로운 감면제도를 계속해서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올해 세법 개정안에서도 미래형 자동차, 바이오·헬스 등 신산업 활성화를 위한 신산업 육성 세제 혜택을 신설할 계획이다. 이는 법인세 구조를 더욱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 기존 제도는 물론 새로운 감면제도에 대해서도 경제적 효과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비과세·감면 항목을 규정한 조세특례제한법에 보면 별의별 공제항목들이 다 있다”며 “심지어 직원들의 4대 보험료 지출분에 대한 세금 감면을 해주는 조항이 있는데, 기업 부담은 줄여줄지 몰라도 고용 확대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한쪽에선 법인세 감면제도 정비를 말하면서 또 다른 쪽에선 무분별하게 새로운 감면제도를 만드는 이중적 행태를 고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법인세 감면제도가 대부분 일몰제인 만큼 ‘5개년 법인세 정비 추진계획’을 만들어 제도의 일관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몰을 코앞에 두고 부랴부랴 여론에 떠밀려 누더기 연장을 할 게 아니라, 향후 5년 내 일몰이 도래하는 항목의 폐지 여부를 선제적으로 논의한 뒤 국민 판단에 맡기자는 얘기다.

오 교수는 “중장기적인 법인세 개편 방향이 잡혀야 기업들도 이에 대비해 사업계획을 다시 짤 수 있고, 비과세·감면 항목이 폐지돼도 연착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법인세#세제개혁#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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