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좁힌 중국기업 국내 상장… 예정기업들은 읍소작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9일 03시 00분


‘중국원양자원’ 거래정지 파문

이달 말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계획이었던 중국의 완구업체 헝성(恒盛)그룹은 최근 상장을 8월로 연기했다. 최근 허위 공시로 거래가 중지된 중국원양자원 등을 계기로 중국계 기업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상장 연기를 위해 11일 수정 제출하면서 “안심하고 투자해 달라”는 내용의 회장 명의의 문서를 함께 제출했다. 여기에다 자신의 서명은 물론 여권번호까지 적어냈을 정도로 신경을 썼다.

한국거래소가 중국원양자원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옥석 가리기’에 나서면서 중국계 기업들이 잔뜩 몸을 사리고 있다. 상장을 연기하거나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부실한 중국계 기업은 솎아내야 하지만 지나친 해외 기업 옥죄기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최근 유가증권시장에서 중국계 기업에 대한 상장과 공시 절차를 강화했다. 거래소 측은 중국계 기업의 상장이나 공시 관련 제출 서류의 진위도 일일이 확인할 계획이다. 중국원양자원은 지난해 4월 ‘소송으로 지분 30%가 가압류됐다’는 내용의 허위 공시를 한 사실이 최근 한국거래소의 조사 결과 드러나 거래가 중지된 상태다.

거래소 관계자는 “중국원양자원 허위 공시 같은 일이 재발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며 “유가증권시장에서 현재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회사가 없어 강화된 규정을 앞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상장한 중국계 기업도 몸을 한껏 낮추고 있다. 1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중국계 기업인 차이나크리스탈신소재홀딩스는 12일 홈페이지에 “중국원양자원이 일으킨 문제로 조금씩 마음을 열어 가던 국내 투자자 여러분이 다시 돌아설까 우려된다”며 “개별 기업의 문제를 전체 중국 기업의 문제로 확대 해석하지는 말아 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올렸다.

증권업계는 2011년 중국고섬 퇴출 사태에 이어 중국원양자원 허위 공시까지 터지면서 당분간 중국계 기업에 대한 상장이나 주식 거래가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한 증권사 임원은 “투자자의 인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계 기업 상장을 억지로 추진할 이유가 없다”며 “기관과 개인투자자 청약 경쟁률이 낮을 것으로 보이고 주가 관리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계 기업에 대한 지나친 불신이 오히려 국내 증시의 저변을 좁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건실한 중국계 기업이 피해를 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원양자원 문제 때문에 모든 중국 기업을 매도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한국에 도움이 되는 중국계 기업들도 있는데, 규제 일변도로 가면 국내 증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계업계에서도 중국계 기업에 대한 감사와 확인 절차가 알려진 것과 달리 깐깐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계 기업의 감사를 수년째 해왔다는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변방의 후진국도 아니고 법과 규정이 있는데 확인할 방법이 없겠느냐”면서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중국계 기업을 감사할 때 국내 회사에 비해 3배 정도 인원을 더 투입하고, 감사 기간도 더 길게 한다”고 설명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이건혁 기자
#중국기업#상장#거래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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