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바람… 햄버거시장 쨍하고 해뜰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0일 03시 00분


뉴욕명물 수제버거 ‘쉐이크쉑’ 상륙

‘맥도날드의 이번 국내 점포 개점은… 88올림픽과 빵을 선호하는 청소년층의 증가, 그리고 맥도날드 특유의 경영 기법으로 머지않아 국내 시장을 석권할 수 있다는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도 등장한 1988년 맥도날드 한국 1호점 개점을 다룬 당시 동아일보 기사다. 맥도날드 매장의 개점은 한국에서 서구식 패스트푸드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린 사건이었다. 하지만 맥도날드의 한국 상륙 30년이 머지않은 현재 햄버거 시장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맥도날드와 버거킹이 비용 절감에 나선 한편 건강식을 강조한 프리미엄 버거들이 그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 뉴욕 명물 프리미엄 버거 ‘쉐이크쉑’ 국내 상륙


미국 뉴욕의 명물로 꼽히는 ‘쉐이크쉑’ 버거가 22일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에 문을 연다. 쉐이크쉑 버거는 SPC그룹과 국내 프랜차이즈 독점 계약을 맺었다. 쉐이크쉑 버거는 2002년 뉴욕 매디슨스퀘어 공원의 복구 기금을 모으기 위해 작은 카트에서 시작한 햄버거 브랜드다. 이 햄버거는 맛있다는 소문이 퍼지며 뉴욕의 명물이 됐다. 인터넷 블로그나 뉴욕 관광객을 통해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19일 쉐이크쉑 버거 매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SPC그룹 허희수 마케팅전략실장은 “기존 햄버거와 달리 ‘파인 캐주얼’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인캐주얼은 최고급 레스토랑의 품질에 합리적 가격을 적용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항생제와 호르몬제를 쓰지 않은 쇠고기와 신선한 채소로 조리한다고 밝혔다.

프랜차이즈 햄버거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프리미엄 버거가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토종 크라제버거와 일본 모스버거 등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 사례도 있다. 특히 미국 현지보다 비싸고 세트메뉴가 없어 할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표 메뉴인 쉑버거는 한국에서 6900원에 팔리지만 미국에서는 5.76달러(약 6563원)에 판매된다. 또 롯데리아와 맥도날드 등에서 햄버거와 음료, 감자튀김을 합해 세트메뉴로 판매하는 것과 달리 햄버거와 감자튀김, 음료를 따로 구매해야 한다. 감자튀김은 3900원, 셰이크 음료는 5900원이다.

○ 매장 문 닫고 배송 비용까지 절감

반면 전통의 햄버거 브랜드들은 고전하고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2007년부터 본사가 운영하는 배달 서비스를 대행업체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최근 밝혔다. 현재 서울 6개 매장만 대행업체가 담당하지만, 9월에는 40개 이상 매장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버거킹도 현재 전국 73개 매장에서 대행업체가 배송을 담당하고 있다. 업체들이 배송을 대행시키는 것은 비용 절감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행업체를 쓰면 비용이 20∼30% 줄어든다”고 말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나선 것은 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맥도날드는 1988년 3월 2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첫 번째 매장을 낸 이래 2000년대 초반 매장 수가 급감하는 등 위기를 겪었지만 꾸준히 성장해 왔다. 하지만 비싼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2007년 1호점이 문을 닫았다. 올해 3월에는 28년 동안 운영해 온 서울 종로2가 직영 2호점이 문을 닫았다. 미국 맥도날드 본사의 경영난까지 겹쳐 새 주인을 찾아 나선 한국맥도날드에 CJ그룹이 인수의향서를 낸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3년 308억 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2014년 40억5716만 원으로 급감했다.

업계 1위인 롯데리아도 지난해 9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리아 매출은 9061억 원으로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67.9% 감소한 134억 원이었다.

햄버거가 건강에 해로운 정크푸드의 대명사가 됐다는 점이 대표 업체들 몰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건강에 안 좋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소비자들은 프리미엄 제품을 찾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다방커피가 순식간에 몰락하고 아메리카노가 자리 잡은 것처럼 ‘스페셜티’ 햄버거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초공개! 버거 전격해부] 동아일보 페이스북 영상으로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햄버거#수제버거#뉴욕#쉐이크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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