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2’ 전무 노리는 관피아(관료+ 마피아)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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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금융협회장 민간출신 채우고, 부회장 자리 없앴더니…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등 주요 금융협회의 ‘넘버 2’인 전무 자리를 놓고 관피아(관료+마피아), 금피아(금융감독원+마피아) 출신 인사들의 입성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여론의 역풍을 의식한 이들이 입성 시기를 저울질하면서 협회 2인자 자리는 길게는 1년 넘게 공석 중이다. 세월호 사태 이후 낙하산 관행을 폐지하겠다는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부회장직을 없애고 만들어진 협회 전무 자리가 이름만 바뀐 채 낙하산 인사들의 착륙장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 각 협회 전무, 낙하산 눈치작전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과장 출신의 A 씨는 이달 말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생보협회 전무로 가기 위한 재취업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올해 3월부터 생보협회 전무 내정설이 돌았던 A 씨는 지난달 말 공직자윤리위 심사를 받았지만 업무 관련성 등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해 재심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감사담당관으로 퇴직한 A 씨는 보험 관련 업무를 한 적이 있다. 생보협회는 지난해 9월 오수상 전 부회장이 물러난 뒤 부회장직을 없애고 전무직을 신설했지만 11개월째 자리가 비어 있어 업무 공백이 커지고 있다.

손보협회 전무 자리 역시 지난해 1월 장상용 전 부회장이 퇴임한 뒤 18개월째 공석으로 있다. 이 자리엔 일찌감치 금융감독원 국장 출신의 B 씨가 내정됐지만 후임 인선 작업에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협회 전무가 결정되는 상황을 보고 B 씨 인사 작업이 시작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낙하산 논란에 부담을 느낀 금융당국이 눈치를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앞서 연초에는 기획재정부 출신인 김형돈 전 조세심판원장이 은행연합회 전무로 내정돼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다만 김 전 원장은 두 번이나 공직자윤리위 취업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결국 민간행이 무산됐다. 최근엔 기재부 출신 대신 금융위 간부 출신의 인사가 은행연합회 전무에 내정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 “회장 대신 2인자 자리 달라”

그동안 금융협회장은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가, 부회장은 금피아 출신이 주로 맡아왔다. 하지만 세월호 사태 이후 낙하산 관행을 폐지한다는 당국의 방침에 따라 각 협회는 부회장직을 일제히 없애고 전무직을 만들었다. 당시 금융당국 관계자는 “앞으로 금융협회에 관료나 금감원 출신이 낙하산으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내부에서 알아서 자리를 채우면 된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2014년 9월 민간 출신으로 약 12년 만에 협회장에 오른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부터 올해 6월 취임한 김덕수 여신협회장까지 7대 금융협회의 수장 자리를 모두 민간 출신이 꿰찼다.

하지만 2인자 자리는 직책만 전무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정부 관료나 금융당국 출신의 몫이라는 인식이 바뀌지 않고 있다. 한 협회 관계자는 “협회장이 민간 출신으로 채워졌으니 전무 자리라도 차지해야 한다는 당국의 암묵적 요구가 있어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 관련 경력이나 전문성이 거의 없는 정피아(정치권+마피아)보다는 관피아 출신이 오히려 낫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관피아들은 관련 업무를 잘 알고 있고 금융당국과 창구 역할도 잘할 수 있어 협회에서 먼저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예금보험공사 비상임이사,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외이사에 금융과 무관한 대통령경호실 출신과 친박계 인사가 선임돼 정치권 ‘보은 인사’ 논란이 거셌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은행연합회#생명보험협회#금융협회장#관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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