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최근 몇 년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가업상속공제 확대 방안’을 이달 말 발표되는 세법개정안에 포함시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대 국회 역시 가업상속공제 확대 논의를 주도했던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이 낙천하면서 동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중견·중소기업계에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만큼 국회 세법 논의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입법이 추진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중견·중소기업계에선 한국에 30년 이상 된 ‘명문 장수기업’이 없는 이유로 막대한 상속세 부담을 꼽아 왔다. 현행법상 과세표준이 30억 원을 초과할 경우 상속·증여세율이 50%에 이른다. 가업을 상속받은 후손들이 상속세를 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흑자기업의 경영권이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중소기업들의 주장이다.
창업주가 후손들에게 가업을 물려줄 때 발생하는 세금을 줄여주는 과세특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선 중소기업 또는 연 매출액 3000억 원 미만의 중견기업을 후손에게 물려줄 경우 상속 재산의 100%에 대해 경영기간에 따라 최대 500억 원까지 세금을 공제해준다. 하지만 중견·중소기업계에선 현행 제도만으로는 원활한 가업승계가 어렵다며 가업상속공제 대상 요건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개인사업체와 사전증여에도 과세특례를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이렇게 가업승계를 원하는 중견·중소기업과 명문 장수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19대 국회에선 가업 상속 시 과세특례 혜택을 늘리는 개정안이 각각 정부입법과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됐다. 기업의 연 매출액 기준을 30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상향 조정해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을 늘리고, 세금공제에 필요한 기업 경영기간은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하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야당은 가업상속공제 확대가 ‘부(富)의 대물림’을 조장한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당 일각에서도 자칫 세금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 결과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상속세법 개정안은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앞으로 국회 차원에서 가업상속공제 확대 방안이 재논의되더라도 법 개정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기업의 세 부담 경감보다는 조세회피 방지가 더 여론의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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