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식품과 환경 분야의 실험 장비들은 대부분 유럽 장비가 시장을 독차지했다. 하지만 해당 제품들을 국산화해 호평을 받았고, 더 나아가 해외로 수출해 국위 선양에도 앞장서는 기업이 있다. 1970년 ‘한일이화학’이란 이름으로 설립돼 국내 실험장비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온 ㈜한일랩테크(대표 한재근) 이야기다.
부친이 설립한 회사를 한재근 대표가 이어받은 건 1987년. 게다가 당시 실험장비는 거의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막상 국내 제품 수준을 낮게 보는 편견 탓에 시장 진입 역시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대표는 기술 개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비록 글로벌 기업만큼의 첨단 시설을 갖추진 않았지만, ‘믿을 수 있는 제품을 내놓아 단 한 명의 고객이라도 만족시키자’는 생각에 매출의 20∼30%를 꾸준히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이는 소규모의 회사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고객 한 분 한 분 정성껏 최선을 다하자’는 경영 철학을 가진 한 대표였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으며 소비자 요구에 성심성의껏 응해 온 아버지와의 약속이기도 했다.
현재 한일랩테크에서는 식품과 환경 분야의 제품들을 두루 생산하고 있다. 우선 질소 함유량의 정량을 측정하고 단백질을 분석하는 자동질소증류장치, 식품과 사료, 제약 샘플의 조지방을 추출하는 조지방 추출장치, 여러 물질로 오염된 시료를 불소만 함유된 시료로 정제하는 자동불소증류장치 등이다.
이 밖에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기상이상 탓에 주목받고 있는 강수량계 검정장비도 한일랩테크가 심혈을 기울여만든 제품이다. 우리나라 기상청에서 사용하고 있는 이 제품은 제작 단계부터 기상청이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강수량계의 오류를 교정해 정확한 값을 측정할 수 있게 하는 이 제품은 지난해에는 카타르 기상청과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국내 장비의 성능과 우수성을 인정한 것으로 향후 해외시장 진출에 중요한 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해외 진출은 올해 또 다른 도약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올 9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참가해 전 세계 바이어들에게 제품을 적극 알리려고 한다. 아울러 국내외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은 분석장비를 적극 홍보함은 물론 해외에서 꾸준히 들어오고 있는 문의에도 적극 대응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물론 한 대표는 정부에 간곡히 바라는 점도 있다. “국내 제품을 구매하기 주저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국가 연구소 등으로의 진입 장벽이 높습니다. 특히 문제 발생 시 구매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아 꺼리는 데 그런 점들이 개선되었으면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분야에서처럼 국가기관이 제품을 검증해주는 제도가 하루빨리 마련되길 바랐다. 장비를 검증하는 제도가 없어 생산업체나 사용자가 직접 검증해야해 진입에 어려움이 있다는 현실에서 개선책을 제시한 것이다.
그동안 한일랩테크는 실험 장비부터 단백질 분석기, 지방 분석기 등을 국산화하는 데 앞장섰다. 그런 그는 요즘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국내 실험장비의 세계화로 한일랩테크, 더 나아가 한국의 이름을 널리 알려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실험자가 안전하고 정확히 검사할 수 있는 장비와 실험법을 개발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황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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