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등의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수감 중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53·사진)이 29일로 예정된 7월 가석방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 정부에서 실형을 살고 있는 유력 기업인이 가석방 대상에 오른 건 최 부회장이 처음이다.
20일 사법당국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18일 회의를 열고 최 부회장에 대해 “가석방 대상으로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 부회장은 친형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SK그룹 계열사에서 펀드 출자한 돈 465억 원을 해외로 빼돌려 선물옵션 투자에 사용하도록 횡령에 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2014년 2월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됐다. 20일 현재 형기의 92.3%를 채웠다. 강원 강릉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그는 교도소 내 의료과에 배정돼 중증 수형인 간병과 목욕, 의료시설 청소와 같은 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최 부회장은 5월 부처님오신날 기념일 가석방 심사 대상에 처음 올랐다. 그러나 형기의 90% 이상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탈락됐다. 그가 ‘가석방’ 재수에 성공한 데는 모범적인 수형 생활 등이 고려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반면 최 부회장과 함께 가석방 대상에 포함될지 관심을 모아 온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46·수감 중)에게는 심사부적합 판정이 내려졌다. 구 전 부회장은 20일 현재 형기의 93%를 채운 상황이나 심사위는 “죄질이 나쁘고 다수의 피해자를 고통 받게 했다”는 취지로 석방을 허락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 전 부회장은 경영권 유지를 위해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2000억 원대의 사기성 기업어음을 발행한 혐의로 2014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가석방은 매달 일선 교도소장이 수형 기간과 생활 태도 등을 고려해 심사 대상자를 선별하고 심사위원회에서 최종 대상자를 결정한다. 이어 법무부 장관이 최종 허가하는 절차로 이뤄진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형벌의 전부 또는 일부를 소멸시키거나 형 선고를 받지 않은 자의 공소권을 없애는 사면과는 차이가 있다.
한편 광복절 특별사면에 대한 심사위원회는 다음 달 둘째 주 초에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가석방 대상에 오른 최 부회장을 비롯해 다른 기업인들이 사면돼 경영 일선에 복귀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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