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CEO]골든 치즈 타르트, 작은 디저트에 담은 세계를 향한 큰 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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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디저트 문화의 업그레이드 꿈꾸는 송명희 대표 좋은 재료로 제때 파는 경영철학 지키며 글로벌기업 도전

“대단한 건 하나도 없어요. 가격이 비싸도 프랑스와 호주에서 직접 수입한 치즈와 버터로 매장에서 치즈 타르트를 굽죠. 머랭(계란반죽)을 넣으면 베어 물었을 때 주르륵 흘러 치즈처럼 보이겠지만 요즘 유행하는 디저트에 비해 약해보여도 좋은 재료가 주는 풍미는 양보할 수 없습니다. 1시간이 지나도 안 팔리면 그냥 버립니다. 엄청나게 좋은 재료를 써도 내 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하니 돈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들죠. 어머니께 그렇게 배웠어요. 음식은 진정성에 있다고 하셨으니 지키려고 할 뿐입니다.” 골든 치즈 타르트로 유명한 ㈜앰퍼샌드(www.goldencheesetart.com)의 그레이스 송(한국 송명희) 대표의 이야기다.

골든 치즈 타르트로 유명한 ㈜앰퍼샌드의 그레이스 송(한국 송명희) 대표.
골든 치즈 타르트로 유명한 ㈜앰퍼샌드의 그레이스 송(한국 송명희) 대표.
美하버드대 석사, 유엔 근무하다 디저트회사 창업

이제 사업 2년차의 앰퍼샌드는 힘들 때가 더 많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석사까지 마치고 유엔, 유니세프에 근무하다가 디저트 사업을 하겠다고 하니 ‘고작 빵장사나 할 거냐’며 주변에서 비웃기도 했다. 첫 사무실은 세 들었던 공장 옆에 컨테이너박스였다. 하지만 맛있는 디저트에 빠져 아직도 케이크를 만드는 꿈을 꾼다는 어머니를 생각하니 행복한 직업이라 생각됐다. 재일교포 3세로 한국보다 일본과 미국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지만 한국 농산물은 내 고향이자 숙명처럼 다가왔다. 대구 사과나 해남 고구마, 제주 감귤은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식재료들이다.

“한국 매장을 연 지 한 달도 안 됐을 때 가맹점 문의가 여기저기서 들어왔어요. 돈 되는 사업이라며 적극적이더군요. 우린 아직 보여준 것이 없으니 오히려 무서웠어요.” 확실한 수익을 보장 못 하겠다고 고사했지만 사실 ‘수백억 원대 매출’같은 건 처음부터 추구하는 길이 아니었다. 어머니의 못다 이룬 꿈을 이어받아 최고의 디저트를 만들어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게 전부다. 특별한 관광 상품이 없는 한국을 세계에 알려 뽐내고 싶다는 것이 포부다.

‘&’ 함께 만들어가는 디저트 문화

‘앰퍼샌드’는 ‘&’를 뜻하는 단어로서 ‘함께’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머니와 딸에서 그 출발점을 잡았다. 어머니의 역사와 열정이 딸에게 이어가고 철학이 전통이 되고 다시 협동을 통해 새로운 시대로 이어지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공동체의 뜻이 담겨 있다. 사실 송 대표의 어머니인 이연 여사는 디저트카페 문화를 한국에서 처음으로 창조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재일교포와 결혼한 후 일본에 꾸린 가정 때문에 오래 체류하지 못하고 한국을 떠났지만 1990년대 초반 카페 라리로 한국에 수많은 케이크 애호가와 디저트 중독자를 양산했던 인물이다. 그 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제과 기술 개발과 전수에 반평생을 바친 이연 이사는 디저트에 미쳤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배울 게 더 남았다는 디저트계의 장인이기도 하다.

한국 디저트 시장은 양적 팽창에 비해 산업적인 성숙도는 미약한 것이 현실이다. 최근 식품업계에 따르면 중소 빵집들은 생크림 수급이 어려워 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크림의 품질과 종류에 대한 고민보다 수급이 더 걱정인 시장이다. 또한 미국 슈퍼마켓 체인의 베이커리에서나 팔릴 법한 레인보 케이크가 유행인 현실을 보고 있자면, 디저트 문화가 퇴행하고 있다는 평이 대다수다. 기술 개발보다 이른바 ‘인스타그램 사진찍기용 제품’에만 열을 올리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 반열에 오른 앰퍼샌드의 기술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을 비롯한 세계 최고의 장인이 기술 교류를 위해 매달 한국을 오가며 레시피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앰퍼샌드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는 ‘함께 하는 삶’과 디저트로 행복을 주고 차별화된 맛과 합리적인 가격의 디저트로 행복한 시간을 선사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이 제품에 담겨 있지만 현재로선 판매보다 가치공유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공동연구 중인 세계적 제과명인,르 소레이유의 쿠사카 코조 장인.
공동연구 중인 세계적 제과명인,르 소레이유의 쿠사카 코조 장인.
디저트계의 어벤저스, 자신만의 규칙 고수

“한국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비싼 가격에 팔아야만 좋은 제품으로 대접해주는 것 같아요. 최고의 디저트를 합당한 가격으로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만 종종 제품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저평가를 받을 때가 있어 무척 속상합니다. 일본 수입 브랜드냐고 묻는 소비자가 많은데 어느 한 나라로 규정짓기는 어려워요. 재일교포 3세로서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듣는 질문과 비슷합니다. 프랑스산 재료와 일본 장인과의 연구를 통해 한국 사람이 만들면 어느 나라 브랜드라고 해야 할까요?”

골든 치즈 타르트는 몇몇 비슷한 수입제품들과 원료 및 제조 방식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지만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해외 브랜드를 내세워 판매할 수도 있지만 그런 얄팍한 상술도, 필요 이상의 이익을 남기는 것도 지양하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일본 디저트가 유행하는 한국에서 일본 저가 브랜드를 수입해 눈속임하는 일부 기업의 행태도 크게 문제입니다. 수입 원가를 낮추기 위해 질 낮고 원산지가 불분명한 원재료를 쓰고 있는데도 ‘홋카이도 제품’ 등의 청정 이미지와 해외 브랜드를 내세워 눈을 가리고 있는 것 같아요. 디저트가 먹는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판타지를 선사해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과도한 포장과 가격, 해외 브랜드를 내세워 허상을 만드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최고의 품질로 글로벌 브랜드와 어깨 나란히

송 대표는 디저트 업계에서 창조경제를 실현해 회사를 ‘월드클래스’급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단순히 매장을 열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보다는 음식을 만드는 브랜드로서의 진정성과 최고의 제품을 알리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글로벌 브랜드를 표방하며 일본과 미국, 한국에서 동시에 진행됐지만 그 가운데서 한국 매장에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이유도 그래서다. 형태와 방식을 초월한 그 철학에 한국인의 정신과 혼을 싣고 싶었다.

“한국 소비자께 먼저 인사드린 후 미국 매장에서는 그동안 야심차게 준비한 롤 케이크와 솔트&캐러멜 아이스크림도 선보일 계획이에요. 우선 가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추가로 매장을 열 계획입니다. 가장 큰 소비시장인 미국에서 한국을 테마로 한 디저트도 출시할 예정인데 한국을 알릴 기대에 벌써부터 설레고 있습니다. 저희만이 세계 최고의 제품이라고 자신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둘째가는 품질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 만큼 넘버원과 온리원 두 가지를 모두 추구하겠습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힘을 보여주겠어요.”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치즈타르트#디저트#앰퍼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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