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백화점 VR쇼핑 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2일 03시 00분


현대百 ‘가상현실 스토어’ 7월 국내 첫선

7월 말 문을 여는 현대백화점의 가상현실 매장 VR스토어. 오프라인 매장을 그대로 옮겨온 이곳에서 제품 옆 빨간 동그라미를 몇 초간 응시하면 상품의 정보와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7월 말 문을 여는 현대백화점의 가상현실 매장 VR스토어. 오프라인 매장을 그대로 옮겨온 이곳에서 제품 옆 빨간 동그라미를 몇 초간 응시하면 상품의 정보와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스키 고글 같은 안경을 끼자 눈앞에 나이키 매장의 전경이 펼쳐졌다. 매장 입구에 선 마네킹이 입고 있는 운동복부터 벽면에 진열된 알록달록한 운동화가 오프라인 매장에 진열된 모습 그대로 재현됐다. 한자리에서 고개를 돌리는 것만으로도 매장의 상하좌우를 모두 살필 수 있었다. 마음에 드는 제품 옆에 떠 있는 빨간 동그라미를 몇 초간 응시하자 상품의 가격과 정보가 떴다. 이곳은 가상현실(VR) 기술을 이용한 국내 최초의 백화점이다.

안방에 앉아서도 매장을 생생하게 둘러보고 쇼핑을 할 수 있는 O2O(온-오프라인 연계) 백화점이 국내 최초로 열린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이달 말 자사의 온라인몰 ‘더현대닷컴’ 안에 VR 백화점인 ‘VR스토어’를 연다.

기존 온라인몰은 상품 정보를 주로 글과 사진으로 제공했지만, VR 백화점은 오프라인 백화점 매장과 진열된 상품을 그대로 옮겨와 3차원(3D)으로 재현했다. 소비자는 백화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오프라인 매장에 있는 듯한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

미리 체험해 본 VR 백화점의 작동법은 간단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VR스토어 사이트에 들어간 뒤 스키 고글처럼 생긴 VR 장비에 스마트폰을 끼우기만 하면 된다. VR 기기 없이 스마트폰만 이용하는 모바일 버전으로 쇼핑할 경우 매장을 둘러보다 상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이달 말 판교점 5층의 나이키와 아디다스 매장을 첫 VR 백화점으로 시범 운영한다. 유행에 따라 바뀌는 매장 진열 상품과 분위기에 맞춰 VR스토어를 매달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또 VR 매장에서 제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개별 상품을 360도로 돌려 볼 수 있는 기술을 도입한다. 2018년에는 선택한 상품과 어울리는 다른 제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2019년까지는 오프라인 백화점을 통째로 옮겨와 VR로 구현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추후 해외 유명 백화점과 쇼룸, 명품 브랜드 매장 등과 제휴해 소비자에게 더 다양한 VR 쇼핑의 재미를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한국VR산업협회와 KT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VR 시장 규모는 2015년 9639억 원이었으며 2020년에는 5조7000억 원으로 6배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8년까지 VR 산업 육성을 위해 18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올해 1월 밝힌 바 있다.

전 세계 유통업계도 앞다퉈 VR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이베이는 올해 5월 호주 마이어 백화점과 손잡고 세계 최초의 VR 백화점을 열고 백화점에서 파는 제품을 3D로 재현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이케아도 비슷한 시기에 VR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여 제품을 미리 체험하도록 했다. 중국 알리바바 역시 독자적으로 개발한 VR 구매 기술 ‘바이플러스(Buy+)’를 이달 안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해 재미를 선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소비자의 구매 선택까지 도와주는 것”이라며 “VR 시장의 미래가 밝은 만큼 신기술과 결합한 유통업계의 다양한 시도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백화점#vr쇼핑#현대백화점#가상현실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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