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행복주택서 산다면…” ‘렌터세대’ 인턴들의 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5일 17시 19분


최근 ‘렌터세대’(주택을 소유하지 못하고 빌려야 하는 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누구나 가족을 꾸리면 ‘내 집 마련’을 꿈꾸고 노력하면 그 꿈이 이뤄지던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 같은 저성장, 양극화 시대에는 그 조차 쉽지 않다. 특히 20, 30대 청년 가운데는 렌터세대가 많다.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기숙사나 공공주택을 지어 청년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주거정책인 ‘행복주택’도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등장했다.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에게 시세의 60~80%의 가격으로 공급되는 이 임대주택은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행복주택에 대한 실제 고객들의 평가는 어떨까. 구특교(서강대 중국문화학 4학년), 신다은(연세대 국제학부 4학년), 정광윤(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씨 등 동아일보 인턴기자 3명이 서울 강남구 율현동 행복주택 본보기집을 찾았다. 지방 출신인 세 사람은 각각 대학 기숙사와 공동주거주택, 자취방에서 살고 있다. 다음은 행복주택 본보기집을 보고 온 세 사람의 수다를 글로 옮긴 것이다.
구특교(이하 구) “학교 기숙사를 나올 예정이라 관심이 갔다. 그런데 아버지 소득이 기준을 살짝 넘어서 자격 미달이더라. 경쟁률도 기본 50대 1씩 된다고 하니 ‘로또’ 같다. 자격조건이 되는 친구도 가격이나 시설이 좋지만 경쟁률이 세고 알아보는 것도 복잡해서 후순위로 미뤘다고 하더라. 지금까지 보급된 행복 주택의 경우 통상 입주 시기가 청약일로부터 빨라야 3개월, 길면 6개월까지 되는데 대학생들은 휴학, 졸업 같은 변수가 꽤 된다.”

정광윤(이하 정) “맞다. 나 같은 취업준비생은 앞으로 취업 여부에 따라 지역을 옮겨야 해서 지금으로선 특정지역을 선택해 지원하기 어렵다. 그리고 집이 당장 급한데 두 달 동안 그 청약결과만 기다릴 수도 없을 듯 하다. 지난번 가좌 행복주택 때는 4월 21부터 청약접수를 받았는데 6월 15일에야 청약 결과가 나왔다.”

신다은(이하 신) “셋 다 가구소득에서도 자격 미달인 듯 하다. 우리 부모님은 은퇴 직전에다 자식 둘이 모두 대학생이라 학자금 부담도 크시다. 그래도 두 분이 300만 원씩 버니 가구소득은 4인 가구 기준 539만 원을 넘는다.”
-본보기집을 보니 어땠나?

“다섯 평(16㎡)이 좁긴 좁더라. 그런데 시설은 본보기집이라 그런지 좋았다.”

“옷과 책이 많아서 수납장이 많이 필요한데 수납공간이 책상 위 책장 하나뿐이라 아쉬웠다. 그래도 발코니가 있는 건 좋았다. 예전에 반지하 살 때 창문이 작아서 정말 힘들었는데 창문도 아니고 발코니라니 정말 활력소가 될 것 같다! 의자 하나 가져다 놓고 경치 볼 생각하면 참 좋다.”

“난 반대로 발코니가 별로였는데…. 무척 좁은 공간인데 거기에 발코니라니 사치품 같았다. 차라리 확장해서 방 공간을 넓히고 수납장을 늘려주는 게 낫다고 본다. 오히려 발코니 있으면 거기서 흡연하는 사람이 있을 테고 담배 연기로 짜증날 수도 있다.”

“내 경우 옷을 걸어 놓을 행거를 놓을 공간을 고민하게 되더라. 책 꽂고 작은 옷장 하나 놓으면 공간이 꽉 찰 것 같다. 쿡탑 등 공용 물품을 개인 공간에 다 넣으니 공간효율성이 떨어지는 건데, 차라리 공공 커뮤니티 공간으로 세탁기를 빼서 공용 코인세탁기 등을 비치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에어컨도 필요하다. 도시인의 필수품 아닌가. 이런 것 따로 사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

-행복 주택의 임대료는 어떤가?

“시세의 80% 정도라는 말은 있는데 주택별로 정확한 임대료를 알 수가 없으니 좀 답답하다. 헷갈려서 여러 온라인 사이트를 찾아봤다. 우선 서울 가좌 행복주택의 가격(임대료)은 500만 원에 18만 원 정도라고 한다. 지방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낮으니 이보다 싸다. 2015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서울 대학가 원룸 시세가 보증금 1500만 원에 평균 월세 42만 원인데 가좌 행복주택 사례만 보면 가격이 매력적인 건 맞다. 월세가 아르바이트로 부담 할 수 있을 정도니까.”

“그런데 일단 보증금이 100~200만 원이 넘으면 대학생으로선 부모님께 지원을 받거나 대출을 받아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행복 주택 입주가능자는 본인과 부모 합쳐서 소득이 481만 원 이하인 3인 가족에 자식의 거주지를 위해 보증금을 500만 원 이상 낼 수 있는 가정이다. 그런데 이 두개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집이 많을까. 차라리 보증금을 50만 원이나 100만 원까지 낮추고 그 차익을 월세로 전환해주면 좋을 것 같다.”

정 “동의한다. 주위에 고시원 사는 친구들 많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굳이 고시원을 택하는 건 보증금을 안내도 되기 때문이다. 이런 친구들이 행복주택 수혜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친구들이 느끼기에 500만 원이라는 보증금의 벽은 너무 높아 보인다.”
-공공임대주택에 대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지 않나.

“대학생 자체가 ‘임대하는 세대’다. 게다가 추첨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입주자를 무조건 저소득층으로 낙인찍기 어렵다.”

“게다가 지금 행복주택의 임대료는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큼 낮은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고 주변에 영향도 전혀 없는 것이 아쉽다.”
-집을 가진 사람보다 빌리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렌터세대’라는 말도 나왔다. 여러분은 스스로를 렌터세대라고 생각하나?

“그렇다. 부모님이 지방 단독주택에서 사신다. 그런데 나는 그 집이 내게 이어져 내려 올 것 같지 않다. 부모님이 은퇴하시면 그 주택이 노후자금이 될 테니까. 우리 전세대가 일궈낸 만큼의 자산을 축적하기 힘들 것 같다. 집을 사도 과거만큼 오르지 않기 때문에 무리하게 대출해서 집을 살진 모르겠다.”

“애매하다. 서울에 자기 집을 갖는 것은 웬만큼 돈을 많이 벌지 않으면 불가능 해 보인다. 다만 가족을 꾸리고 내 집을 갖고 싶은 바람은 있다. 아마도 서울 외곽에 소박하게 내 집 마련을 하지 않을까.”

“평생 렌터세대이고 싶진 않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내 집이 필요할 것 같다. 지난 5년 간 신촌 일대에서 네 번을 이사 다녔는데 전전하는 삶이 지치더라. 다소 대출을 해서라도 서울에 내 집 한 채는 마련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조건이 된다면, 살고 싶나? 주변에 행복주택을 추천하겠나.

“당첨 되면 당연히 이득이다. 주위에 추천하지만 다만 내 경우엔 현재 공동주거에 워낙 만족해서 아쉽지 않긴 하다. 가끔 다투는 것만 좀 잘 참으면, 행복주택 수준으로 살 수 있으니까.”

“나한테 제일 중요한 기준이 가격이다. 행복주택이 싸긴 싼데 에어컨과 세탁기가 포함돼 있지 않아서 따로 사야 한다. 게다가 교통비도 꽤 들 테고, 앞으로 취업하면 불편할 수도 있다. 이런 것들 따지면 꼭 가고 싶진 않다. 다만, 주변 친구들에겐 추천하겠다. 아무래도 가격 메리트가 있으니.”

“그래도 4년에서 6년 주거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에어컨과 세탁기 한 번 사더라도 행복주택 들어가는 게 더 저렴한 건 맞다. 이사비용도 절약되니까. 나는 조건만 된다면 무조건 살고 싶다!”

구가인기자 comedy9@donga.com

● 행복주택 OX퀴즈


정부가 정한 ‘행복주택’ 입주 대상은 ① 무주택자이면서 ② 행복 주택 건설지역 및 인접 지역에 살거나 재학 중이거나 재직 중인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다. 소득도 중요하다.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3인 가구 482만 원)을 기준으로 대학생은 부모와 본인 소득 합산 100%이내, 사회초년생은 본인 80%(본인이 세대주인 경우 세대 100%), 신혼부부는 세대합산 100% 이내여야 한다. 하지만 이 조건만 보면 여전히 알쏭달쏭한 부분이 많다. 행복주택 O, X 퀴즈로 행복주택이란 무엇인지를 파헤쳐보자.

Q1.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만 행복주택에 지원할 수 있다.

Q2. 행복주택 건설지역 거주자만 입주할 수 있다.

Q3.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용 행복주택에는 냉장고와 쿡탑이 제공된다.

Q4. 대학생 입주자가 취업을 하면 퇴거해야 한다.

Q5. 입주 후 소득이 늘어 기준 소득을 초과하면 재계약을 할 수 없다.

Q6. 행복주택에 한번 당첨되면 같은 입주자격으로 재청약 할 수 없다.

Q7. 대학생의 경우 한 차례 재계약을 통해 최대 4년 간 살 수 있다.

▼ OX퀴즈 정답

Q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만 행복주택에 지원할 수 있다?
정답 X
대학생이나 주거수급자는 주택청약종합저축이 없어도 지원 가능하다. 또 올해 말부터는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도 주택청약종합저축이 없더라도 지원할 수 있고 입주 전까지만 가입을 마치면 된다.

Q 행복주택 건설지역 거주자만 입주할 수 있다.
정답 X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은 학교나 직장의 위치가 건설지역 혹은 연접지역에 속하는 게 중요하다. 연접지역 기준은
SH공사, LH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주거급여수급자, 고령자는 해당지역에 거주해야 한다.

Q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용 행복주택에는 냉장고와 쿡탑이 제공된다.
정답 O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용 세대에 한해 냉장고, 쿡탑, 책상 등이 빌트인으로 제공된다. 다만 신혼부부용 거주자는 따로 살림을 장만해야 한다. 또 세탁기, 에어컨은 모두 개인부담이다.

Q 대학생 입주자가 취업을 하면 퇴거해야 한다.
정답 X
계약 후 2년까지는 주거를 보장한다. 이후에는 사회초년생으로 입주자격을 변경해 계속 거주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직장의 위치가 해당 행복주택 건설지역이나 연접지역이어야 한다.

Q 입주 후 소득이 늘어 기준 소득을 초과하면 재계약을 할 수 없다.
정답 O

소득이 기준소득을 초과하게 되면 재계약이 불가능하다.

Q 행복주택에 한번 당첨되면 같은 입주자격으로 재청약 할 수 없다.
정답 O
병역, 출산 등을 제외하고 같은 입주자격으로 재청약은 불가능하다. 단 대학생이 취직을 해 사회초년생이 되거나,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 결혼하여 신혼부부가 되는 등 입주자격이 바뀌는 경우는 재청약이 가능하다.

Q 대학생의 경우 한 차례 재계약을 통해 최대 4년 간 살 수 있다.
정답 X

대학생의 경우 졸업 후에도 한차례 재계약이 가능해 입주 조건을 만족할 경우는 최대 6년까지 살 수 있다. 또 취업이나 결혼으로 사회초년생, 신혼부부로 입주자격이 바뀌면 최대 10년까지 행복주택 거주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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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주택 대학생형(16m2). 토지주택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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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주택 사회초년생형(26m2). 토지주택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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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주택 신혼부부형(36m2). 토지주택공사 제공

행복주택 신혼부부형(36m2). 토지주택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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