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고민 대학생에 16m²의 로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6일 03시 00분


본보 인턴기자 3명, 대학생용 행복주택 본보기집 가보니

“좁긴 좁다.” “그래도 깔끔한데?”

밝은 조명 때문일까. 양팔을 쫙 벌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비좁은 현관을 지나치자 16m²의 원룸 공간이 화사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바퀴벌레가 다녀도 이상하지 않을 자취방에서는 꿈도 못 꾸던 자그마한 발코니도 거실창 너머 눈에 띄었다. 매끈한 욕실은 작지만 무척 깔끔했다. 새로 짠 책상과 책장, 최신 냉장고와 쿡탑도 원룸 구석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꿈에 그리던 나만의 공간이었다.

15일 서울 강남구 밤고개로 206 행복주택 본보기집(행복드림관)을 찾은 20대 동아일보 인턴기자 3명의 첫인상은 그랬다. 행복주택은 대학생(16m²)과 사회초년생(26m²) 신혼부부(36m²)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보급하는 공공임대주택. 정부는 이달 초 행복주택 홍보용으로 이 본보기집을 열었다.

기숙사, 월세방 등에 사는 인턴기자들에게도 집 마련은 고민거리다. 이들에게 시세의 60∼80% 수준의 임대료로 6년간(대학생 기준) 살 수 있는 행복주택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졸업을 앞두고 살 집을 찾는 구특교 인턴기자(서강대 중국문화학 4학년)는 “가격 대비 시설을 고려할 때 ‘로또’나 마찬가지”라고 극찬했다. 실제로 18일 마감한 3차 행복주택 1901채의 입주자 모집에는 1만4449명이 몰렸다. 특히 서울 송파구 마천동에서 공급한 서울마천3 행복주택의 경쟁률은 58.3 대 1에 달했다.

다만 부족한 수납공간은 아쉬웠다. 인턴기자들은 자기 짐을 옮긴다면 “발 디딜 곳이 별로 없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세탁기와 에어컨이 빌트인(가전제품을 아파트에 가구처럼 설치해 두는 것) 대상에서 빠진 것도 불만거리였다. 정광윤 인턴기자(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는 “에어컨 세탁기는 냉장고와 가스레인지만큼 젊은층이 원하는 가전제품”이라고 말했다. 발코니는 “없애고 방을 넓히는 게 낫다”와 “작은 공간일수록 채광과 통풍이 중요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 맞섰다.

본보기집은 있지만 입주 희망자에게 필요한 정보 제공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본보기집에 행복주택에 대한 정보를 주고 상담해주는 인력이 없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대학 때 행복주택에 입주한 후 취업하면 새 평형에서 재계약을 할 수 있는지’와 같은 질문에 콜센터나 한국토지주택공사, SH공사의 답변도 제각각이었다. 신다은 인턴기자(연세대 국제학부 4학년)는 “지역별 예상 임대료나 관리비는 얼마나 되는지 등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통로가 없다”고 꼬집었다.

‘행복주택을 친구에게 추천하겠느냐’는 질문에 셋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큰 이유는 싼 임대료였다. 올해 말 입주 예정인 서울 서대문구 가좌 행복주택 대학생 평형은 최저 보증금이 573만 원(월세 18만 원)이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수도권 대학생들은 평균 보증금으로 1418만 원, 월세로 42만 원을 사용했다. 인턴기자들은 다만 보증금과 월세 비율을 조정하는 방식이 좀 더 다양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광윤 인턴기자는 “많은 20대가 열악한 환경에도 고시원을 택하는 것은 보증금 부담 때문”이라면서 “보증금 전환 방식을 다양하게 해 입주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행복주택 본보기집#행복드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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