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의 말을 경영철학으로… ‘혁신의 두산’ 120년 뚜벅뚜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일 03시 00분


항상 새 진로 개척해야 안이에서 탈피
국내 최장수 기업 1일 창립일

두산의 과거 그리고 현재두산그룹은 1896년 ‘박승직 상점’(1934년 모습·왼쪽 위 사진)이 문을 연 뒤 120년간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면서 성장해 왔다. 박승직 창업주와 박두병 두산 초대 회장,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오른쪽 위 사진 오른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이어진 장자 승계 이후 약 20년간 3세들의 형제 경영이 이뤄졌다. 박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회장(아래 사진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이 3월 취임하면서 두산은 4세 경영에 돌입했다. 두산그룹 제공
두산의 과거 그리고 현재
두산그룹은 1896년 ‘박승직 상점’(1934년 모습·왼쪽 위 사진)이 문을 연 뒤 120년간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면서 성장해 왔다. 박승직 창업주와 박두병 두산 초대 회장,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오른쪽 위 사진 오른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이어진 장자 승계 이후 약 20년간 3세들의 형제 경영이 이뤄졌다. 박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회장(아래 사진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이 3월 취임하면서 두산은 4세 경영에 돌입했다. 두산그룹 제공
“대한민국 최고(最古) 기업인 두산의 역사에 자긍심을 갖고 또 한번의 힘찬 도약을 위해 힘을 모읍시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인 두산이 1일로 창립 120주년을 맞았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31일 사내 포털에 기념사를 올려 “한국 어느 기업도 밟지 못한 120년의 역사를 일궈낸 임직원들의 헌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두산의 시초는 박승직 창업주가 1896년 서울 종로4가 배오개에 연 ‘박승직 상점’이었다. 그의 장남인 박두병 두산 초대 회장은 1946년 경영권을 넘겨받으면서 상호를 두산상회로 바꿨다. 박 초대 회장은 “항상 새로운 진로를 개척해 나가는 인간만이 안이함에서 탈피할 수 있다”는 헤르만 헤세의 말을 자주 인용했다. 두산은 이후 70년간 이런 경영철학을 이어오며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3월 첫 4세 경영 시대를 연 박정원 회장도 취임사에서 “두산의 120년은 끊임없는 혁신의 역사”라고 정의했다.

○ 선제적 사업 재편이 최장수 비결

1950년대 두산의 주력 사업은 맥주였다. 1933년 일본이 설립한 쇼와기린(昭和麒麟)맥주를 사들여 1952년 재창립한 동양맥주(상표 OB맥주)가 핵심 계열사였다. 1960년대에는 건설, 식음료, 기계, 문화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대했고 1980년대 들어 해외 시장으로 보폭을 넓혔다.

승승장구하던 두산의 첫 시련은 1991년 3월 경북 구미시 구포동 두산전자의 페놀 원액 저장 탱크 파이프가 파열돼 발생한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이었다. 두산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센 불매운동으로 동양맥주는 급격히 추락했고 두산그룹 전체가 위기를 맞았다. 두산그룹의 선택은 강력한 사업 구조조정이었다. 1995년 말 한국3M, 코닥, 네슬레 등 소비재 사업 지분을 판 데 이어 그룹의 주축이었던 동양맥주까지 매각했다.

이후엔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인수를 시작으로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잇달아 사들여 중공업 중심으로 빠르게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2000년 3조4000억 원이었던 그룹 매출액은 2010년 23조 원으로 10년 사이 거의 7배로 뛰었다.

○ 두산의 변화는 진행 중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건설 시장 붕괴, 2010년대 중국에서의 중공업 사업 부진 등은 두산을 또다시 어두운 터널로 몰고 갔다. 이번에도 두산의 선택은 빨랐다. 2014년부터 최근까지 KFC 지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 두산DST, 두산건설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 등을 연이어 매각하면서 총 3조30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전 계열사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은 올해 상반기(1∼6월) 들어 결실을 맺고 있다. 그룹 지주회사인 ㈜두산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5579억 원으로 전년 동기 3696억 원보다 51%가 증가했다. 박정원 회장은 “모든 직원의 노력으로 올 상반기에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거뒀고 재무구조 개선 작업도 사실상 마무리했다”며 “하반기에는 안정된 기반을 바탕으로 영업 성과를 높이는 데 주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산의 저력은 단순히 ‘몸집 줄이기’에만 집중하지 않고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을 동시에 추진했다는 데 있다. 지난해 11월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 올 5월 문을 열었고 7월에는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소프트웨어 기술업체인 미국 원에너지시스템스도 인수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 환경 변화에 대한 두산의 과감하고 발 빠른 대응은 ‘100년 기업’을 꿈꾸는 다른 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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