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신용평가사 무디스-피치-S&P, 한국 상륙작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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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 ‘한신평’ 지분 100% 인수
S&P도 작년부터 ‘나이스’ 인수타진
“신용평가 선진화” “기업정보 유출”

부실 평가로 논란이 거센 국내 신용평가 업계에 무디스 피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어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금융당국도 이르면 8월 말까지 신용평가 품질을 높이기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을 방침이어서 업계의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 무디스 국내 100% 자회사 확보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계 신용평가 업체 무디스는 7월 중순에 국내 신용평가 업체 3곳 중 하나인 한국신용평가의 지분 49.99%(50%―1주)를 500여억 원에 인수했다. 이번 거래로 이미 한신평 지분 50%+1주를 보유하고 있던 무디스는 100% 지분을 갖게 됐다. 무디스가 한신평 지분을 추가로 인수한 것은 한국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에 앞서 영국계 신용평가업체 피치는 일찌감치 2001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기업평가의 지분 73.55%를 확보하며 국내 신용평가 업계에 깊숙이 발을 담갔다. 또 S&P도 지난해부터 국내 신용평가 1위 업체인 나이스신용평가의 인수를 꾸준히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국내 자본인 나이스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적인 신용평가사들이 국내 신용평가 업계 진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국내 신용평가사로부터 짭짤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국내 신용평가 시장을 3분의 1씩 독과점 형태로 장악하고 있는 3개 회사의 배당률은 매우 높다. 지난해 이들 회사의 평균 배당률은 81.4%다. 이는 국내 증시 상장기업 평균 배당률(23.9%)의 3.4배에 해당한다.

결과적으로 외국계 자본은 국내 신용평가사에 대한 투자액 상당 부분을 배당으로 회수했다. 무디스와 피치가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에 현재까지 투자한 금액은 각각 600억 원, 900억 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이미 2007∼2015년 각각 402억 원과 376억 원을 배당으로 가져갔다.

○ 선진화 계기 vs 정보 유출 우려

이 같은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국내 진출에 대해 업계에서는 우려와 기대가 엇갈린다. 한 국내증시 상장사 관계자는 “신용평가사는 평가 과정에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피평가사의 여러정보를 알게 되는데 이것이 해당 기업의 외국 경쟁사에 유출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국내 시장 진출이 국내 신용평가 업계의 선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글로벌 수준의 선진화된 평가 기법이 자리 잡으면 고질적인 ‘등급 퍼주기’나 기업들의 ‘등급 쇼핑’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르면 이달 안에 부실 평가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신용평가 시장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8, 9월 중으로 제4 신용평가사 도입 여부 등에 대해 최종적인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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