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꼼수로 출자회사 늘린 公기관… ‘공공개혁’은 헛소리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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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들이 박근혜 정부 들어 자회사를 149개나 설립해 방만 경영으로 부실을 키운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어제 발표한 ‘공공기관 출자회사 운영 실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기관들이 정부와 사전협의 의무를 어기고 무분별하게 출자회사를 세워 매년 적자가 쌓이는데도 정부는 아예 감독을 하지 않고 있다. 이들 출자회사에 은밀하게 재취업한 퇴직 임직원들이 지난 5년간 213명이나 될 정도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들의 낮은 생산성과 비효율적 경영, 과도한 임금 및 복지 등 도덕적 해이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선진국에선 국영기업 민영화 등 공공개혁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데 노무현 정부 5년간 공공기관이 260개에서 305개로 되레 늘었다. 2009년 공기업 총부채가 213조 원으로 사상 처음 200조 원을 넘어서자 정부는 공공기관 출자회사의 48%(131개) 정리 방안까지 발표했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아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출자회사가 모기업 방만 경영을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이번 평가 결과 74개 공공기관이 소유한 출자회사가 560개로 2009년 말(330개)보다 230개나 늘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수치상으로 신설된 출자회사는 302곳이지만 그나마 일부가 통폐합 또는 매각됐다. 한국가스공사는 ‘해외 진출’을 명분으로 2010년 725만 달러(약 81억 원)를 들여 우즈베키스탄 압축천연가스(CNG) 충전소를 세웠으나 최근 5년 동안 적자를 내고 있다.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2015년 설립한 공영홈쇼핑은 그해 19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중소기업유통센터의 손실로 고스란히 옮겨진 형편이다.

이처럼 출자회사가 난립하고, 상당수는 경영부실로 적자가 나는데도 정부 부처나 국회는 제동을 걸지 않고 있다. 현행 공공기관 체제가 관료, 정치인, 공공기관 임직원의 이익이 한데 엮인 거대한 카르텔 구조인 까닭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부채 감축, 임금피크제 도입 등 과거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공공기관들이 완료해 가고 있다”며 공공기관장들을 칭찬했다. 공공기관들이 출자회사를 통해 뒤로 부실을 쌓아둔 실정을 알고도 칭찬한 것인지 궁금하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주말 강원 평창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최고경영자 하계포럼에서 “노동개혁이 가장 중요한데 답답하다”고 했다. 그는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경직된 노동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었겠지만 정작 공공개혁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현실에는 눈을 감고 있다. 출자회사로 비대화를 꾀하는 공공기관 감시의 사각지대를 없애지 않고는 공공개혁의 진의를 의심받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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