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9개월째 수출 줄어도 정부는 위기의식 없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일 00시 00분


7월 수출이 10.2% 줄어들면서 한국의 수출이 월간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최장인 19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드는 불황형 구조가 굳어져 6월 경상수지 흑자는 반갑지 않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원화가치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의 덫에 걸린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년에 비해 조업일수가 1.5일(6.6%) 줄어들고 선박 수출이 감소하는 등 ‘일시적 요인’ 탓”이라며 “8월 이후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밝힌 것은 안이한 설명이다. 지난달에도 “하루 평균 수출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회복 모멘텀을 만들어 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회복을 기대했다. 결국 위기의식을 못 느낀다는 얘기다.

최근 중국의 산업구조가 고도화하는 흐름에서 가장 큰 패배자는 한국이라고 지적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는 뼈아플 정도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중간재를 중국은 이제 자체 생산하고 있다. 한국이 놓친 선박 수출은 이미 중국에 돌아갔다. 휴대전화나 첨단 TV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에서도 중국은 한국을 추월하거나 비슷한 수준에 도달한 지 오래다. “가계부채와 노동인구 감소, 그리고 정부의 의미 있는 대응 부족 때문에 한국은 앞으로도 10년은 연 2% 이상의 경제성장이 어려울 것”이라고 이 신문은 내다봤다.

그런데도 정부는 근본적 문제 해결에 달려들기는커녕 1년 7개월 남은 현 정부의 실적에만 관심을 두고 백화점식 단기 대책만 쏟아내고 있다. 민관합동 수출대책회의 때 거론되는 방안이라고는 세제 지원, 수출금융과 종합상사 확대, 자유무역협정 활용 같은 구태의연한 지정곡뿐이다. 지금은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까지 보호무역주의에 동참해 ‘수출한국’의 목을 조를 태세다. 정부가 6월 강조했던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 재편’은 시작도 못하고 있다. 관료들부터 일시적 모면만 하면 된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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