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경영의 지혜]직장내 썰렁 유머, 안하는 것보다 백번 낫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5일 03시 00분


“5년 뒤 이 회사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나요.”

한 입사 지원자는 이 같은 면접관의 질문에 “그 질문을 받은 지 5주년이 됐다는 걸 기념하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배꼽을 잡을 만큼 ‘큰 웃음’을 주는 코멘트는 아니었지만 면접관은 그에 대해 쾌활한 사람이며, 즐거운 근무 환경을 선호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인상을 갖게 됐다. 썰렁하게 될 ‘위험’을 무릅쓰고 이런 재치 있는 농담을 했다는 사실 자체로 그가 자신감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브래드퍼드 비틀리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처럼 직장 내에서 유머를 시도하는 사람들과 그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연구했다. 연구진은 취업 면접과 비즈니스 프레젠테이션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사용해 재미있는 농담을 했을 때와 썰렁한 농담을 했을 때, 또 부적절한 농담을 던졌을 때 그 사람의 능력이나 지위, 자신감에 대한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했다. 그 결과 몇 가지 일관된 결론을 얻게 됐다.

먼저 농담을 하는 사람은 농담이 실패했을 때보다는 성공했을 때 이익을 얻게 됐다. 즉, 농담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줬을 때가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었을 때보다 본인의 이미지에 득이 됐다.

한편 부적절한 농담은 오히려 그 사람의 지위와 능력에 나쁜 인상을 줬다. 연구자들은 미국 드라마 ‘오피스’에 등장한 대사로, “그녀가 잠자리에서 그러더군요”라는 성적 의미가 담긴 말을 부적절한 농담의 예로 들었다.

그러나 부적절하지만 않다면 썰렁한 농담, 즉 실패한 농담이 불리한 결과를 낳는 일은 없었다. 유머가 본질적으로 주관적이며, 농담의 효과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동료들도 감안해서 들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을 불편하게 하는 내용만 아니라면, 직장 내에서 다양한 유머를 시도해 보는 것은 본인의 이미지와 인상을 긍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썰렁한 유머로 당장 주변 동료들의 지탄을 받는 상황에서조차 실제로 본인의 이미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아도 될 듯하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hbr#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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