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신격호, 세금 안낼 방법 알아보라 지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6일 03시 00분


롯데 증여세 6000억 탈루 수사… “해외SPC, 탈세수단으로 이용”
롯데홈쇼핑, 영업정지 가처분 신청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4)이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57)와 그 자녀 등에게 재산을 증여하면서 6000억 원을 탈세하는 과정에 신 총괄회장이 관여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이는 지금까지 알려진 재벌가의 양도세 증여세 탈세로는 최대 규모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부장 조재빈)는 신 총괄회장이 서 씨와 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33), 맏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4)에게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분 6.2%를 물려주는 과정에서 신 총괄회장의 지시로 세금을 탈세한 혐의를 잡았다고 5일 밝혔다. 롯데 오너가의 불법적인 세습 정황이 드러나면서 검찰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탈세를 지시했다는 실무진의 진술을 확보했다. 롯데그룹 정책본부 실무자들은 검찰에서 “신 총괄회장이 ‘드러나지 않게 세금을 안 내고 지분을 넘길 방법을 알아보라’고 말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의 탈세와 관련된 부분을 들여다보기 위해 이달 4일 롯데그룹 정책본부 지원실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신 총괄회장은 2005년부터 2010년 사이 서 씨와 딸에게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넘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은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4·구속 기소)에게도 같은 회사 지분을 이전했다. 서 씨 측과 신 씨 측은 각각 3.1%씩 총 6.2%의 지분을 증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지분 이전 과정에서 양도세나 증여세는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국외에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을 탈세 수단으로 지목하고 있다. 최소 4개의 SPC를 미국과 싱가포르, 홍콩 등에 만들어 다단계로 여러 차례 주식을 넘겼다는 것이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과 서 씨 등을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향후 수사에서 탈세 혐의가 확정되면 탈세액에 대한 추징 보전 명령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검찰의 신청을 받아들여 신 이사장 소유의 아파트와 토지 등 35억 원 상당의 재산에 대해 청구한 추징 보전을 받아들였다고 5일 밝혔다. 추징 보전이란 범죄로 얻은 재산을 형 확정 이전에 처분할 수 없도록 하는 절차다.

한편 롯데홈쇼핑은 이날 미래창조과학부의 ‘6개월 황금시간대(오전·오후 8∼11시) 영업정지 처분’에 대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을 동시에 제기했다. 롯데홈쇼핑은 6월 열린 임시 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가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소 제기를 미뤄 왔다.

배석준 eulius@donga.com·손가인 기자
#신격호#롯데#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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