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열연강판에 최대 61% 관세… 7840억원 수출시장 타격 불가피
中, 세관 엄격해지고 협력 소극적… 배터리-항공업계, 대책마련 고심
미국과 중국의 대(對)한국 무역 규제가 연거푸 쏟아져 나오면서 국내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이 철강업계의 주력 수출품 중 하나인 열연강판에 관세 폭탄을 안긴 데 이어 한국 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반발한 중국의 무역보복이 가시화될지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른바 ‘G2 리스크’가 최우선 극복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 중국의 사드 보복 가시화?
7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으로 의심되는 신호가 한중 무역 현장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금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중소 제조업체 또는 무역업체들이 주요 타깃이다. 하지만 향후 대기업들의 주력 수출 품목들도 영향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소 무역업체 A사 관계자는 “보따리상이 기존에는 아무 문제없이 운반하던 제품들도 사드 발표 후 세관에서 압류한다든지 반송을 시키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며 “(대량으로 물건을 나르는) 컨테이너 반입 시에도 통관 검사가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다른 물류기업 B사 측도 “일주일 전부터 세관 절차가 훨씬 까다로워졌다”고 했다.
중국 국영 기업들이 한국과의 협력에 소극적인 태도로 변한 것도 최근의 일이다. 한국무역협회 북경지부 측은 “중국 국영 기업들이 상부에서 공문이나 지침을 전달받진 않았지만 스스로 한국에 대한 투자, 수출, 수입 등 모든 것에 대해 자제하는 것 같다”며 “예를 들어 희토류 같은 희귀 자원을 한국에는 수출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까지 있다”고 전했다.
중국 여행객이 감소하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항공업계도 사태 확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선 중 중국 비중이 가장 큰데(현재 32개 노선 운영 중) 예약 감소 등이 일어나면 즉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은 중국 부정기 노선을 확대할 계획이지만 상황에 따라 이를 동남아 쪽으로 돌리는 ‘플랜B’도 검토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르면 이달 중 이뤄질 중국 정부의 ‘5차 전기자동차 배터리 모범규준 인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LG화학과 삼성SDI는 6월 ‘4차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 인증’에서 탈락한 뒤 양사의 중국 내 배터리 판매량이 급감했다. 국내 배터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5차 인증에서 명백한 결격 사유가 없는데도 탈락한다면 명백한 ‘보복’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높아지는 미국 무역 장벽
미국의 보호무역조치는 보다 직접적이다.
미국 상무부는 5일(현지 시간) 포스코의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관세율 3.89%, 상계 관세율 57.04%를 매겼다. 현대제철 제품에는 반덤핑 9.49%, 상계 관세율 3.89%로 총 13.38%의 관세율이 결정됐다. 반덤핑 관세는 적정 가격 아래로 판매했을 경우, 상계 관세는 정부 보조금 때문에 불공평한 경쟁을 했다고 판정될 때 부과한다.
자동차, 가전, 건축 등 산업 전반에 쓰이는 열연강판에 대해 국내 철강업체들은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해 왔다. 미국은 한국의 최대 열연강판 수출국으로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7억639만 달러(약 7840억 원)였다. 이번에 발표된 관세율은 다음 달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최종 표결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불공정 조사 여부를 검토한 뒤 행정소송 및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의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수출 물량을 다른 나라에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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