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완성차 업체들 배터리 공장 확보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9일 03시 00분


“전기차 시대 배터리 잡아야 산다”
BMW, 태국에 632억원 투자계획… 재규어-포드, 공동건설 협의중

최근 들어 해외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BMW그룹은 태국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배터리 공장을 짓기 위해 태국 정부와 세금 혜택 등을 논의하고 있다. 공장 건설에는 5700만 달러(약 632억7000만 원)가 투자된다.

재규어랜드로버도 BMW, 포드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 전기차 시대 앞두고 주도권 경쟁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배터리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세계적인 배기가스 규제 강화로 전기차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에서 30∼4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경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데다 볼륨(크기)도 크다 보니 디자인 측면에서도 자동차 업체가 컨트롤할 필요가 있다”며 “배터리 업체와의 가격 협상 등 교섭력을 비롯한 파워 게임에서 헤게모니를 어느 정도 가져와야겠다는 생각에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배터리 업계에선 자동차 업체가 공장을 짓더라도 단기간에 배터리 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BMW 등이 추진하는 공장은 배터리 공정단계 ‘셀(기본단위)-모듈-팩(조립된 완성품)’ 중에 ‘팩 공장’이라는 이유에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들 업체엔 배터리의 핵심인 셀 제조 기술은 없기 때문에 어차피 배터리 업체에서 셀을 사 와야 한다”며 “이들이 팩 공장에 투자하는 것은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배터리 업체엔 오히려 셀 납품 기회가 늘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배터리 산업 판도 변화 불가피

자동차 업체가 배터리 산업 주도권을 잡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기술력과 수지타산이다. 셀은 기술 장벽이 높기 때문에 오랫동안 연구개발(R&D) 투자를 해야 한다. 기술력을 갖춘 셀을 개발하더라도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게다가 이미 배터리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에 품질이 우수한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자동차 업체에 배터리를 팔기도 쉽지 않다. 섣불리 진출하기엔 투자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동차 업체가 배터리 산업의 판도를 바꿀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업체가 지금은 셀을 사다가 패킹(조립)만 하더라도 계속 셀까지 진출하기 위해 연구할 것”이라며 “지금은 셀 기술 특허를 특정 회사들이 갖고 있지만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자동차 회사들이 나서면 10∼20년 뒤에는 새로운 셀 개발 기술이나 제조 기술을 누가 가져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배터리 산업 주도권이 자동차 업체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배터리를 가볍게 만들고 주행거리를 늘리는 것은 셀 기술이지만 최종적인 배터리 성능은 셀을 컨트롤하며 효율을 높이는 알고리즘과 사고 시 폭발이나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안전 기술에 달려 있는 만큼 관련 기술을 보유한 자동차 업체가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완성차#배터리#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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