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반응 - 통증 줄인 독감백신 만들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1일 03시 00분


SK케미칼 L하우스 백신공장 르포

SK케미칼 직원이 경북 안동시 풍산읍 L하우스 백신공장에서 4가 세포배양 백신 ‘스카이셀플루 4가’가 생산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SK케미칼 제공
SK케미칼 직원이 경북 안동시 풍산읍 L하우스 백신공장에서 4가 세포배양 백신 ‘스카이셀플루 4가’가 생산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SK케미칼 제공
‘독감 백신 공장’ 하면 으레 달걀이 떠오른다. 무균 시설에서 키운 닭의 유정란에 바이러스를 접종해 배양한 후 이를 다시 분리해 항생제를 첨가해 독감백신을 만들기 때문이다. 달걀을 일렬로 세워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풍경이 일상적이다. 실제로 많은 독감백신 제조 회사들이 공장 주변에 ‘특수 양계장’을 두고 있다.

9일 오후 찾은 경북 안동시 풍산읍 SK케미칼의 L하우스 백신공장의 풍경은 전혀 달랐다. 닭이나 달걀은 보이지 않았고, 사람 키보다 훨씬 큰 은색 탱크와 실험 도구들이 연구실마다 가득 차 있었다. 왜 그럴까. 이홍균 공장장은 “세포배양 방식으로 백신을 만들기 때문에 그렇다. 탱크에서 세포가 잘 자라는지를 확인한다”라고 설명했다.

SK케미칼은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4가 세포배양 백신 ‘스카이셀플루 4가’의 시판을 허가받았다. 세포배양 방식으로 4가 독감백신을 만든 것은 SK케미칼이 처음이다. 이 의약품은 A형 독감 바이러스 두 종류와 B형 바이러스 두 종류 등 총 네 종류(4가)의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다.

세포배양 백신은 동물의 세포를 키워 바이러스를 소량 주입한 뒤 그 바이러스를 증식해 만든 백신이다. 유정란 방식으로 만든 백신과 효능이 같으면서 많은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정란 수급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알레르기 반응이나 통증을 줄이며 생산 기간이 세포유정란 방식의 절반이라는 게 SK케미칼의 설명이다. SK케미칼은 개의 세포를 이용해 백신을 만들고 있다.

일부 제약사가 이 방식으로 독감백신 제조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세포가 자라는 속도가 늦고 초기 생산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SK케미칼은 끊임없는 연구개발(R&D) 끝에 성장이 활발한 세포를 찾아냈다. 4000억 원을 투자해 2012년 완공한 L하우스는 백신 생산에 속도를 보탰다. 대지 면적 6만3000m² 규모의 이 공장은 최첨단 무균 생산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이 공장장은 “올해 가을과 겨울 500만 명이 접종할 수 있는 물량 생산을 이미 끝내 곧 병의원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공장은 연간 1억5000만 도즈(1회 접종 분량)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 SK케미칼은 이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4조4000억 원 규모의 세계 백신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입장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제품부터 백신 제조 기술, 공장 건설까지 다양한 방식의 수출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제약사들과의 경쟁도 주목된다. 녹십자, 일양약품, 다국적 제약사 GSK가 4가 백신을 개발해 현재 제품화 단계에 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국제 인증 절차가 끝나고 이르면 내년부터 수출에 도전하려 한다”며 “특히 북미와 유럽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밝혔다.

안동=김성모 기자 mo@donga.com
#sk케미칼#l하우스#백신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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