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조환익 한전 사장 “가정용 누진제 개선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1일 03시 00분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 올 여름만 완화]
“구간 너무 많고 요금 격차 커”… 가정용 전기요금 총액은 유지 주장

“지금의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구간 수를 줄이고 요금 차이도 좁히는 등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사진)은 10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6단계인 현행 누진제는 구간이 너무 많고, 최고와 최저 요금 차이가 11.7배로 가파르게 오른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조 사장은 “누진제를 완화하더라도 전체 (가정용) 전기요금을 낮춰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조 사장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누진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도 조 사장과 윤상직 당시 산업부 장관(현 새누리당 의원)은 가정용 전기요금에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 “누진제를 완화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1년도 안 돼 태도를 바꿨다. 조 사장은 “전기요금은 정부가 결정하지만 누진제 개편 방안에 대해 정부와 논의하고 있으며 관련 연구자료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누진제 완화에 따른) 재정적 부담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력도 있다”며 누진제 완화에 필요한 ‘실탄’이 충분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지난해 한전이 자회사 영업이익을 포함해 총 11조3467억 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린 만큼 누진제 완화로 한전의 요금 수입이 일부 줄어들더라도 충분히 감당할 여력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전의 누진제 개편안은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가정용 전기요금 총액을 유지하며 누진제를 개편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부담은 변하지 않는 ‘조삼모사’ 격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전기를 적게 쓰는 가구의 요금 부담이 늘어나는 등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반면 누진제를 완화하면 봄·가을 요금이 약간 늘어나겠지만 전력 사용이 많은 여름이나 겨울철에 지금보다는 걱정을 덜 하며 전기를 쓸 수 있게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조 사장은 “누진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누진제를 손보더라도 전기 절약을 유도할 장치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종=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한전#전기요금#누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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