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이어져 온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형제 간 법적 갈등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법적 분쟁을 종결한 측면이 강해 두 사람이 화해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금호석유화학은 11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상대로 낸 모든 소송과 고소를 취하했다고 밝혔다. 또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인 금호산업이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이전등록 청구 소송은 양측이 원만하게 조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스스로의 가치를 제고하고 주주에게 이익을 되돌려주는 기업 본연의 목적에 더욱 집중하고자 모든 송사를 내려놓고 각자 갈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며 “금호아시아나그룹도 하루빨리 정상화돼 주주와 임직원, 국가 경제에 보다 더 기여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 7년간 진행돼 온 법적 갈등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의 셋째 아들 박삼구 회장과 넷째 아들 박찬구 회장은 2009년 경영권 분쟁을 겪은 뒤 각종 소송을 제기하며 대립해 왔다. 지난해 12월엔 대법원 판결에 따라 금호석유화학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계열 분리됐다.
갈등은 최근까지도 지속돼 왔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4월 금호터미널 지분 100%를 금호기업에 넘긴 뒤 5월 금호기업과 금호터미널 간 합병을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은 공문을 보내 두 회사 간 합병 중단을 요구했다. 지난달엔 아시아나항공 이사진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형사고소하기도 했다. ○ 미묘한 온도 차
금호석유화학은 소송 취하 배경에 대해 “글로벌 경제상황과 경쟁 여건의 불확실성 등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처한 기업이 많은 상황에서 송사를 이어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양 측 모두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법적 분쟁으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없다는 현실적 측면에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금호석유화학 측은 “주주와 시장의 가치를 추구했지만 결과적으로 경제 주체 간 갈등이 부득이하게 야기된 데다 국내 제도와 정서상 한계에 부딪혔다”며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한 앙금이 남아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석유화학의 모든 소송 취하에 대해 존중하고, 고맙게 생각한다”며 “그동안 국민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하고, 이번 일을 계기로 양 그룹 간 화해를 통해 국가 경제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소송 취하는 좋은 신호라고 볼 수 있지 않겠느냐”며 기대를 내비쳤다.
양 측은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이 인간적으로 화해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이 되지 않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날 금호석유화학의 소송 취하 발표가 나온 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터미널과 금호기업 간 합병을 마무리했다. 금호터미널과 금호기업은 ‘금호홀딩스㈜’라는 새로운 사명으로 12일 공식 출범한다. 대표이사로 박삼구 회장과 김현철 금호터미널 대표가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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