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든 도널드 트럼프든 누가 당선돼도 보호무역주의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미국이 그렇게 간다면 유럽도, 중국도 그런 경향을 가속화할 게 뻔하다. 이는 우리에겐 너무 큰 시련을 예고한다. 지금도 성장률과 경기는 바닥이고, 젊은이도 노인도 일자리가 없어 난리인데, 보호무역주의 바람까지 분다면….
그래도 희망의 씨앗은 있다. 특히 중견기업들이 그렇다. 전국의 중견기업 수는 3000개. 우리나라 기업 수의 0.18%다. 자그마한 계열사들을 제외하면 그나마 1000개도 안 된다. 이들이 90만 명 고용에, 우리나라 수출의 20% 가까이를 담당한다. 부모님 사랑 듬뿍 받아온 ‘큰형’ 대기업들이 주춤하고, ‘막내’ 중소기업들이 아직 성장 중인 상황에서 ‘둘째’ 격인 중견기업들이 그나마 버텨 주고 있는 셈이다. 얼마 전 집안이 잘나갈 때까진 ‘둘째’는 사실 보이지도 않았다.
기왕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이들을 우리 수출의 주력으로 키워 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껏 가꿔온 기술력과 자금, 경영 능력을 무기 삼아 저 멀리 중동과 아프리카, 중남미, 중앙아시아까지 치열하게 도전하고 개척하는 특전사 말이다. 이들은 시장 상황에 따라 즉각 변신하는 탄력성과 잠재력도 갖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기에 관세, 비관세 장벽을 넘어설 ‘히든카드’도 될 수 있다. 그런 게 바로 ‘둘째’들의 생명력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중견기업들에 “세계시장 진출을 통해 좁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산업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우리 수출 전선도 새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기업인들의 조직인 무역협회-중견기업연합회를 쌍두마차로 앞세우고, 이들이 마음껏 세계무대를 내달릴 수 있도록 정부와 KOTRA가 후방 기지를 맡으면 어떨까. 여기에 금융, 연구개발, 마케팅, 컨설팅, 법률 지원, 특허권 디자인 등 패키지 지원 시스템이 밀착 가동된다. 이른바 ‘민간주도형 수출기업 플랫폼’이다. 우리나라 수출입의 관문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에 ‘네트워크 허브(Hub)’를 만들자는 것이다.
한번 상상을 해보자. 하루 24시간 글로벌 시장의 정보가 흐르고, 각종 해외시장 설명회와 산학연관 간담회와 세미나가 즐비하다. 여기 중견기업 수출품 전시장에 해외 바이어들이 몰려들어 하루에도 수십 건의 상담이 이뤄지게 한다면 금상첨화다. 중견기업인들 본부를 아예 여기로 터 잡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무언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견기업 성장의 발판이 마련된다면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들도, 눈에 불꽃 이글대는 청년들도 줄지어 그 길에 속속 모여들 게 분명하다. 중견기업은 불황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를 구출해 내는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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