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아이 사탕 주나”…누진제 한시 대책에 시민들 불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2일 16시 33분


문열고 ‘헉헉’… 문열고 ‘펑펑’… 누진제가 만든 두 모습 

11일 서울 용산구의 한 복도식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 전기요금 누진제를 걱정해 에어컨도 켜지 못한 채 현관문을 열어놓고 집 밖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왼쪽 사진). 서울 중구에서는 문을 활짝 연 채 에어컨을 강하게 틀어놓고 영업하는 가게들을 중구청과 한국에너지공단 직원들이 온도계를 들고 단속하고 있다(사진).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사진공동취재단
문열고 ‘헉헉’… 문열고 ‘펑펑’… 누진제가 만든 두 모습 11일 서울 용산구의 한 복도식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 전기요금 누진제를 걱정해 에어컨도 켜지 못한 채 현관문을 열어놓고 집 밖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왼쪽 사진). 서울 중구에서는 문을 활짝 연 채 에어컨을 강하게 틀어놓고 영업하는 가게들을 중구청과 한국에너지공단 직원들이 온도계를 들고 단속하고 있다(사진).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사진공동취재단
“우는 아이 사탕 하나로 달래겠다는 건가요”

정부의 대책 발표 하루가 지난 12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대부분 7~9월 전기요금 인하 정책을 ‘생색내기’ ‘1회성’으로 비판하며 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시민들은 이번 대책을 ‘대형마트 할인 행사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직장인 강모 씨(34)는 “7월 요금을 소급 적용해 깎아준다는데, 8월 중순까지 밤잠을 다 설친 다음에야 이런 대책을 내놓아 봐야 무슨 소용인가”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정모 씨(28)는 “국민들이 원하는 건 여름 바겐세일이 아니라 전기요금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이번 소식을 전하면서 “우리를 정말 개·돼지로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확실히 든다”는 격앙된 반응도 등장했다. 정부가 요금만 깎아주면 불만이 잦아들 것으로 안이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대책의 효과에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었다. 서울에 사는 최모 씨(65)는 “저소득층이나 벌이가 없는 노인들에게 진짜 도움이 되려면 전기요금 단가 자체를 낮춰야지, 상한선만 낮춰서는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경기 김포시에 사는 박모 씨(55)는 “누진제가 조금 완화된다고 해서 오히려 방심하고 에어컨을 틀었다가 더 큰 폭탄을 맞는 것 아니냐”며 “여전히 에어컨 켜기가 겁난다”고 했다.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상가들이 문을 열어둔 채 에어컨을 가동하는 행태도 계속돼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12일 오후 취재진이 서울 중구 명동 일대 상가를 직접 방문한 결과 30곳이 넘는 매장이 ‘문 열고 냉방 영업’을 하고 있었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단속을 벌였을 때 명동에서는 6곳밖에 적발되지 않았었다. 단속이 끝나자마자 상가들이 다시 배짱 영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날 명동을 찾은 장수민 씨(25)는 “매장은 냉방기를 최대로 돌려도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걱정이 없으니 이렇게 영업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에어컨 켜기가 겁나는 일반 가정은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유원모 기자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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