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실시간으로 전력 사용 정보를 알려주는 ‘지능형 계량 인프라(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AMI)’를 통한 전기요금 개편을 검토한다. 전력 사용이 많은 낮에는 전기 절약을 유도하고, 밤에 쓴 요금은 깎아주는 방식이다. 따라서 AMI가 누진제를 대체하고 전기요금 부담을 줄일 대안이 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올 4분기(10∼12월)에 시범 가구를 대상으로 AMI를 설치하고 시간대별 차등요금제를 시범 실시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에 300가구 규모로 시범 운영을 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시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AMI를 활용하면 소비자가 모바일 기기나 인터넷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자신의 전력 사용 패턴과 요금을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이 어느 시간대에 주로 전기를 많이 쓰는지, 이에 따른 전기요금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시간대별 차등요금제는 전력 사용이 많은 낮 시간은 전기요금을 비싸게 받고 밤에는 싸게 전기를 공급하는 제도다. 현재 산업·일반용 전기의 경우 전력 사용이 많은 낮 시간과 여름·겨울철에는 높은 요금을 매기고 반대로 전력 사용이 적은 심야 시간과 봄·가을철에는 낮은 요금을 매기고 있다.
가정용 전기 사용 상황을 AMI로 관리하면 일반 가정에서도 시간대나 계절별 요금 차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전기요금을 줄이기 위해 전기 사용 시간과 양을 조절할 수 있다. 특히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오후 11시∼오전 9시에는 에어컨을 틀어도 지금보다 전기요금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AMI를 통한 요금제 실험이 성공할 경우 아예 누진제를 없애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요금 설계가 잘못될 경우 누진제처럼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만 늘릴 가능성이 있다. 일부 가구는 총액이 변하지 않거나 아예 지금보다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시범 운영을 통해 가정의 전력 사용 패턴 등 데이터를 충분히 축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가정용 전기 사용량이 가장 많은 오후 9시 무렵이 요금 할인 구간에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전국 모든 가구에 AMI를 설치하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일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도 장애물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2조 원을 투입해 전국 2200만 가구에 AMI를 보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어제 전력수요 8545만kW… 예비율은 8.1% 서울 낮 최고기온이 섭씨 36도에 달한 12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지역본부 전력수급현황실 전광판이 이날 최대 전력 수요가 여름철 역대 최고치인 8545만 kW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전날보다 48만 kW 늘어난 것으로, 정부의 한시적 가정용 전기요금 인하에 따른 전기 사용 폭증은 없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한편 12일 전력 사용량은 여름철 역대 최고치를 또 갈아 치웠지만 한시적 누진제 완화로 인한 가정용 전기 사용 폭증은 없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28분 최대 전력 사용량은 8545만 kW로 역시 여름철 최고 기록이었던 전날(8497만 kW)보다 48만 kW 많았다. 그러나 예비전력은 695만 kW(예비율 8.1%)로 전력 수급에 문제가 없었다. 예비전력이 500만 kW 아래로 내려가면 비상경보가 발령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대 전력 수요 기록이 경신됐지만 최근 추세를 볼 때 전력 사용이 급증한 것은 아니다”며 “한시적 누진제 완화에 따라 가정용 냉방 전력 수요가 얼마나 늘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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