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누진제 개편 방안]시민들 “정부 감면책은 꼼수” 비판
누진제 적용 안되는 명동 상가들… 12일 30여곳 ‘문열고 냉방’ 영업
‘여름 전기 바겐세일.’
정부와 여당이 11일 발표한 누진제 대책을 바라보는 대다수 시민들의 평가다. 시민들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알맹이 없는 생색 내기’ ‘대형마트 반짝 할인행사’라는 비아냥거림 섞인 비판을 쏟아냈다. 장기적으로 누진제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발표도 “믿을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정모 씨(28)는 12일 “국민들은 ‘여름 바겐세일’보다 누진제의 근본적 재검토를 바란다는 걸 정부가 제발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모 씨(72·경기 김포시)도 “일시적인 완화가 아니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전기요금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더욱 격한 반응이 나왔다. 트위터 사용자 ‘epis****’는 “(한시적 대책은) 인심을 잃지 않으려는 꼼수처럼 보인다”며 “더울 때 더욱 채찍질해서 올해 안에 누진제가 개편돼야 한다. 선선한 계절이 오면 유야무야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을 조삼모사(朝三暮四) 이야기에 나오는 원숭이 취급한다”(hotb****)는 거친 반응도 많았다. 트위터와 블로그의 단어 검색 추이를 보여주는 소셜메트릭스(insight.some.co.kr)에 따르면 정부 대책이 나온 11일 ‘누진제’에 대한 부정적 언급은 최근 한 달 중 최고(전체 언급 2만3220건 중 1만1516건)를 기록했다.
정부 대책이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최모 씨(65)는 “저소득층이나 벌이가 없는 노인들에게 진짜 도움이 되려면 전기요금 단가 자체를 낮춰야지, 구간 상한선만 높여서는 소용이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박모 씨(55)는 “누진제 완화만 믿고 에어컨을 틀었다가 더 큰 폭탄을 맞게 되는 것 아니냐”며 “여전히 에어컨 켜기가 겁난다”고 했다.
일반 시민들의 걱정은 아랑곳없이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상가들의 ‘문 열고 냉방 영업’은 여전했다. 12일 오후 취재진이 서울 중구 명동 일대 상가를 확인한 결과 30곳이 넘는 매장이 배짱 영업을 하고 있었다. 전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합동단속에서는 6곳만 적발됐었다. 이날 명동을 찾은 장수민 씨(25)는 “매장은 냉방기를 최대로 돌려도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걱정이 없으니 이렇게 영업을 하는 것 아니냐”며 “에어컨 켜기가 겁나는 가정들은 화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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