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 대출, 상반기에만 35조 급증…‘풍선효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4일 16시 59분


올해 상반기(1~6월)에 가계와 기업이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비(非)은행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 사상 최대 규모인 35조 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의 대출심사를 강화한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의 여파로 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자영업자와 서민들이 제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보험권에도 은행과 마찬가지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한 데 이어 농협·신협·수협 등 상호금융을 중심으로 제2금융권의 토지 상가 등 비(非)주택담보대출 실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저축은행, 상호금융,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생명보험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여신 잔액은 671조6752억 원으로 작년 말보다 34조8909억 원 늘었다. 이 같은 증가폭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3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비은행 기관 중에서도 상반기에 상호금융회사의 여신 증가액이 12조5809억 원으로 가장 컸다. 새마을금고(6조736억 원), 신용협동조합(4조1492억 원) 여신도 큰 폭으로 늘었다.

올 들어 제2금융권 여신이 급증한 것은 저금리 장기화로 비은행 기관들이 공격적인 대출 마케팅을 벌인 데다 경기 불황으로 생계형 대출을 받는 서민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대출 과정에서 갚을 능력을 꼼꼼히 따지는 은행권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5월부터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어려워진 자영업자와 저소득·저신용자들이 제2금융권으로 많이 옮겨간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제2금융권의 대출 금리가 은행보다 높아 저소득층의 이자 부담이 늘면서 전체 가계부채의 부실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부동산 경기에 취약한 제2금융권의 비(非)주택담보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어 가계 대출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5월 말 현재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262조8214억 원으로 작년 말보다 14조1891억 원 불었다. 이중 주택담보대출이 5조8490억 원 늘었고 토지, 상가, 빌라, 오피스텔 등을 담보로 한 비주택담보대출 같은 기타 대출이 8조3401억 원 증가했다. 은행권에서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가계대출이 급증한 것과 달리 비은행권에서는 비주택담보대출이 대출 증가세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제2금융권의 비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에 실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우선 지난해 11월 상호금융권에 도입한 상가, 토지 등 비주택의 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효과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또 비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신협, 농협 등에 대해서는 각 중앙회가 LTV 수준과 담보 평가 적정성 여부를 점검하도록 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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