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비 보장 안되는 경우 많아”… 보험금 중복 수령 사례도 늘어
관련 상품 활성화 제도보완 시급
강원 원주시에 사는 최미나 씨(30·여)는 최근 기르던 애견을 위해 들었던 보험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6년간 300만 원이 넘는 보험료를 냈는데도 막상 큰 수술을 받았을 때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 씨는 “애견이 골절과 무릎뼈 탈구, 출산 때문에 수술을 세 번이나 받았지만 보험사에서는 보장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관련 금융상품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보험료에 비해 혜택이 부족하다는 소비자 불만과 함께 보험금 중복 청구 등의 문제도 드러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물병원에서 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2011년 3934억 원에서 지난해 6806억 원으로 73% 증가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3년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의 31.3%가 1년 반 동안 진료비로 20만 원 이상 쓴 것으로 나타났다. 400만 원 넘게 쓴 이들도 0.2%였다.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이 커지자 관련 보험이나 카드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의 ‘롯데마이펫보험’과 삼성화재의 ‘파밀리아리스 애견의료보험2’ 등 반려동물 수술비를 보장해주는 보험 가입 건수는 지난해 말 현재 1735건으로 늘었다. 동물병원을 이용할 때 할인 혜택 등을 주는 KB국민카드의 ‘반려애(愛)카드’나 IBK기업은행의 ‘내 사랑 펫(PET) 카드’ 회원도 1만 명이 넘었다. 한국의 반려동물 보험가입률은 0.1%로 영국(20%)이나 미국(10%)보다 여전히 낮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관련 금융상품 활성화를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반려동물 관련 금융상품에 대한 소비자 불만과 관련 제도도 보완해야 할 과제다. 주부 조유신 씨(40)는 “반려동물 보험을 알아보다가 자주 걸리는 질병을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마음을 접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같은 치료를 받아도 동물병원에 따라 치료비가 최대 18배까지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동물병원 치료비가 들쑥날쑥해 반려동물 보험의 보장을 보수적으로 책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보험에 가입된 반려동물의 확인이 어려운 점을 악용한 보험금 중복 수령도 골칫거리다. 정부에 반려동물 등록을 하면 이런 걱정을 덜 수 있지만 등록률은 지난해 말 현재 55.1%에 그쳤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동물병원 진료비를 표준화하고 반려동물 등록을 확대해 금융사들이 더 많은 금융상품을 내놓도록 독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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