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인사업자가 우리 회사와 동일한 이름의 인터넷주소를 1998년에 등록해 놓고는 최근에 와서 주소 이전을 대가로 1억 원을 요구해 왔습니다. 대응하지 않으려 했지만 인터넷주소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늘어 고심이 큽니다.”
대기업 A사 관계자가 자사의 영문 이름을 딴 인터넷주소를 선점한 뒤 과도한 대가를 요구하는 한 개인사업자 때문에 겪는 답답함을 토로한 말이다.
15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인터넷주소 분쟁조정 신청은 2011년 70건, 2012년 80건, 2013년 52건, 2014년 50건, 2015년 106건이 접수된 데 이어 올해는 7월까지 37건이 접수됐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4월 자사 이름을 딴 인터넷주소 ‘starbucks.co.kr’를 못 쓰고 있는 데 대해 분쟁조정 신청을 냈다. 이 인터넷주소를 다른 사람이 미리 등록한 탓에 이 회사는 2001년부터 ‘istarbucks.co.kr’라는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최근 스탬프 적립 등 홈페이지에서 수행하는 기능 때문에 민원이 많이 발생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starbucks.co.kr는 주소만 선점하고 사이트는 운영하지 않는 경우다.
일부 기업은 자사를 사칭한 인터넷주소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 토익, 토플 등 영어 공인인증시험을 주관하는 ETS는 지난해 10월 ‘thetoefl.co.kr’ 및 ‘thetoeic.co.kr’에 대해 말소 신청을 한 뒤 승소 판정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대기업 인터넷주소 선점을 대가로 돈을 요구하거나, 대기업을 빙자해 부당한 이득을 보는 경우 대체로 말소 판정을 받는다는 것이 KISA의 설명이다.
2011∼2016년 인터넷주소 분쟁조정 신청 건수(395건) 가운데 이전·말소 결정 비중은 77.2%인 데 비해 기각 건수는 3.7%에 불과했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들은 이 같은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신규 일반최상위도메인(New gTLD)’에 주소를 등록하기도 한다.
일반 도메인은 1985년부터 2012년까지 생성된 ‘.com’ ‘.net’ 등 총 23개 주소로 구분되지만 신규 일반최상위도메인은 ‘.samsung’와 같은 주소도 사용할 수 있어 일부 대기업은 이 주소를 이용하기도 한다.
KISA 관계자는 “약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대기업을 상대로 부당 이득을 요구하거나 협박을 했다가는 현재 유지하고 있는 인터넷주소마저 말소당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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