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장 임기가 종료된 지 보름이 지나도록 후임자 인선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대기업 지원까지 끊기면서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 6년여 만에 사실상 존립의 기로에 서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2014년 8월 취임한 안충영 동반성장위원장의 2년 임기는 지난달 말까지였다. 후임자가 결정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한다는 동반위 규정에 따라 안 위원장이 위원장 업무를 계속하고 있지만 문제는 후임 위원장이 언제 정해질지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동반성장위원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들의 추천을 받아 위원회가 선임한다. 하지만 정작 경제단체들은 후임 위원장 추천에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전경련 관계자는 “위원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인물이 없는 데다 동반위에서 아직 공식적으로 추천을 요청하지도 않아 후보자 물색 작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마땅한 인물이 없는 상황에서 안 위원장이 연임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반위가 위원장 인선에 본격적으로 착수하지 못하는 것은 내년도 예산 문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동반위 예산은 2011년 44억5100만 원이었지만 올해는 31억5900만 원으로 5년 만에 30% 가까이 줄었다.
예산이 줄어든 것은 동반위 출범 이후 매년 20억 원씩 지원하던 전경련이 올해부터 지원을 중단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전경련 관계자는 “당초 동반위와 5년간 예산 지원 계약을 맺었고 이를 연장하지 않기로 하면서 올해부터 지원에서 손을 뗀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계를 대표하는 중기중앙회는 2013년 이후 매년 동반위에 1억 원씩 지원하고 있다. 2011년 1억 원 지원에 그쳤던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동반위 지원금을 10억6000만 원으로 5년 만에 10배 넘게 늘렸다. 결과적으로 대기업 지원은 ‘0원’이 되면서 민간자율기구인 동반위가 사실상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는 기구가 됐다.
동반위 관계자는 “정부 예산에 전적으로 기대면 독립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계 모두 추가 지원 의사가 없는 상황이어서 사실상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동반위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을 막고 대중소기업의 동반 상생을 돕는다는 취지에서 2010년 12월 민간자율합의기구 형태로 설립됐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초대위원장을 맡아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중소기업계에서는 동반위가 정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대기업들은 동반위가 매년 발표하는 동반성장지수가 ‘획일적 줄 세우기’라며 끊임없이 불만을 제기해왔다.
안 위원장은 최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양쪽에서 모두 비판을 받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한자리에 모여 소통하는 기구로서 동반위가 갖는 사회통합적 의미는 매우 크다”며 “현행대로 민간자율기구로서의 정체성이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예산과 관련해서는 “여러 대기업을 대상으로 내년도 예산을 지원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해결점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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