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 돌풍…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대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7일 03시 00분


300명에 5억 공모… ‘증권형’ 첫 영화→ 600만 돌파 13일 현재 수익률 16%
저금리 시대 고수익 상품 관심 급증
기업銀 투자, ‘부산행’ 이어 히트… 문화 콘텐츠 ‘미다스의 손’ 떠올라

영화 ‘인천상륙작전’.
영화 ‘인천상륙작전’.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100만 원을 투자했던 직장인 김모 씨(40)는 요즘 영화 관객 수 확인하는 재미에 산다. 개봉 초기 평론가들의 혹평에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영화가 기대를 넘어선 흥행에 성공하면서 수익률이 13일 기준으로 15.6%(15만6000원)를 넘어섰다. 김 씨는 “주변에서 다음에 영화에 투자하는 크라우드펀딩이 있으면 알려달라며 부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상륙작전의 흥행 성공으로 영화 등 문화콘텐츠 산업에 투자하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적금 금리(1년 기준)가 연 1.1∼1.6%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시대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효자 상품으로 급부상하고 있어서다.

○ 500만 명 초과 관객 수에 따라 수익 배분

1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5일까지 인천상륙작전의 누적 관객 수는 641만9808명으로 집계됐다. 이 영화는 손익분기점인 관객 500만 명을 넘어서면 초과 관객 수에 따라 크라우드펀딩 투자자들에게 일정 금액을 수익금으로 돌려준다. 600만 명을 넘어선 13일 현재 투자자 수익률은 15.6%다. 만약 총 관객 수가 1000만 명을 돌파하게 되면 수익률은 최대 54.6%까지 올라간다. 일반 투자자 1인당 최대 투자금액(200만 원)을 투자한 사람은 109만2000원(법인세 등 차감 전)의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천상륙작전은 IBK투자증권을 통해 300여 명으로부터 5억 원의 자금을 모았다. 앞서 ‘귀향’ ‘연평해전’ 등이 기부(후원)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제작된 바 있다. 하지만 수익을 목표로 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금 중 일부를 모아 제작된 영화는 인천상륙작전이 처음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에 주로 집중했는데 인천상륙작전이 예상외의 성과를 거두면서 문화콘텐츠 분야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보이게 됐다”며 “마케팅 측면에서도 크라우드펀딩을 다방면으로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여러 가지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부산행’ 이어 쌍끌이 흥행 성공

IBK기업은행은 이미 1000만 명 고지를 밟은 영화 ‘부산행’에 이어 인천상륙작전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문화콘텐츠 투자 분야의 ‘미다스의 손’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하게 됐다. 기업은행은 인천상륙작전 총 제작비의 약 17%(26억2500만 원)를 투자했고 부산행에는 115억 원의 제작비 가운데 13%(15억5000만 원)를 댔다. 지난해에는 영화 ‘베테랑’에 약 2억3000만 원을 투자해 244%의 수익률을 올렸다.

기업은행은 2013년 7월 국내 금융권 최초로 ‘문화콘텐츠금융부’를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4∼2015년에는 총 7315억 원을 지원했으며, 올 상반기에만 투자와 대출을 합해 2269억 원의 자금을 공급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수익원 발굴 차원에서 문화콘텐츠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오고 있다”며 “투자만 하고 그 이후 과정에는 전혀 관여를 하지 않으며, 제작진이 독립적으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 것이 성공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원 작품 선정에 대해선 “50명이 넘는 문화콘텐츠 자문위원들과 은행 내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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