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예금 557억 달러 역대 최고… 상장지수펀드 등 투자상품도 인기
美금리인상땐 환율 올라 차익 기대… 전문가 “분산투자 차원 접근해야”
최근 원-달러 환율이 가파른 하락세(원화 가치는 상승)를 보이면서 ‘달러 재테크’ 열풍이 불고 있다. 향후 환율이 다시 상승할 것으로 보고 달러를 싼 가격에 미리 사두려는 투자자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달러예금은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고 달러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투자 상품도 뭉칫돈을 끌어모으고 있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달러예금 잔액은 557억4000만 달러로 전달 말보다 57억4000만 달러 늘어 역대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이 가운데 개인들이 보유한 달러예금 잔액은 81억 달러로 같은 기간 10억9000만 달러 급증했다. 잔액 규모는 물론이고 월간 증가폭 모두 사상 최대치다.
원화로 입금하면 달러로 통장에 표시되는 달러예금은 1년 만기 금리가 연 1% 초반에 불과하지만 향후 달러 강세에 따른 환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연고점 대비 10% 넘게 급락하며 1100원 선이 무너졌지만 연말쯤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면 다시 ‘달러 강세-원화 약세’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기 때문이다.
달러로 보험료를 내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달러로 보험금을 받는 AIA생명의 달러보험 상품도 지난달 신규 가입이 183건(1114만 달러)으로 연초 실적의 4배로 급증했다.
안정적인 달러예금, 달러보험 외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달러 투자 상품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달러화를 기반으로 증권사가 발행하는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이다. 대신증권의 달러 RP는 환율 하락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6월 말 이후 1억2000만 달러어치 이상 팔려 현재 발행 잔액이 2억880만 달러로 늘어났다. 증권업계는 전체 증권사에서 팔린 달러 RP가 최대 15억 달러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조금 더 위험 부담을 질 수 있는 투자자들은 달러 ETF나 주가연계증권(ELS)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KEB하나은행이 국내 은행권 최초로 지난해 선보인 ‘달러 ELS펀드’는 지난달 판매액 3억 달러를 돌파했다. ‘KOSEF 미국달러선물 레버리지’ ETF는 이달 들어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64억 원 이상으로 연초보다 10배 가까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환율 움직임은 예측하기가 어렵고 변동성이 큰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윳돈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조완제 삼성증권 상품개발팀장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를 일정 부분 편입해 원화 중심의 금융 포트폴리오를 분산 투자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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