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IB 육성 방침에… 중소 증권사 ‘살길 찾기’ 고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8일 03시 00분


상위 20개社도 2분기 영업익 50%↓
자기자본 1조원 미만 증권사들 “M&A해도 3조 문턱 넘기 어려워”
전문가 “업종 전문화로 활로 찾아야”

금융당국이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방안’을 내놓으면서 증권업계가 대변혁을 겪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중소형 증권사들의 생존 전략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지만 몸집을 불리기 어려운 중소형 증권사들은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1조 원 미만의 중소형 증권사들이 생존전략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초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위한 초대형 IB 육성방안을 발표하며 자기자본이 일정액(3조·4조·8조 원)을 넘어갈 때마다 활동 영역을 넓혀주는 규제 완화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형 증권사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설 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위기감이 증권업계에 퍼지고 있다.

최근 증권업계의 실적 부진도 중소형 증권사의 고민을 더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20개 증권사의 올 2분기(4∼6월) 총 영업이익은 653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50.4% 감소했다. 지난해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미국의 금리인상 지연 등으로 코스피가 2,200 선에 올라서는 호재가 있었지만 올해는 별다른 실적 개선 요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 회사는 시장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를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력이 떨어지는 회사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현대증권 매각 등을 계기로 증권사 몸값이 오른 데다 자기자본이 1조 원 미만인 작은 회사가 M&A를 하더라도 초대형 IB의 첫 문턱인 ‘자기자본 3조 원’을 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자기자본 7037억 원)은 연내를 목표로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한 중소형 증권사의 사장은 “제조업과 달리 증권사는 비슷한 규모끼리 M&A를 하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형사 틈바구니에서 중소형 증권사들이 살아남으려면 업종 전문화를 하거나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룹 계열 증권사는 해당 그룹이 특화된 분야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은행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재무관리 서비스를 특화하는 것도 생존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비슷한 규모의 회사를 M&A하는 것보다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이건혁 기자
#투자은행#ib#중소증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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