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울린… 서른 살 신라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8일 03시 00분


1986년 출시… 100개국서 판매

농심의 창업주인 신춘호 회장은 제품 개발을 시작하며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맛을 구현하라”라고 지시했다. 개발팀은 전국 모든 품종의 고추를 사들여 실험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쇠고기 국물에 매운맛을 더해 ‘시장을 뒤엎을’ 상품을 기획했다.

개발팀은 칼국수와 설렁탕에 빠지지 않는 다진 양념에서 힌트를 얻었다. 유명 음식점들의 다진 양념을 분석한 끝에 라면 수프를 완성했다. 이후 수프에 어울릴 만한 200종류의 다양한 면을 만들어 실험을 계속하며 궁극의 맛을 찾아갔다.

제품이 나오기 전 사내 시식회에서의 반응은 ‘너무 맵다’는 것이었다. 제품 출시를 강행한 것은 신 회장이었다. 매운맛이 오히려 차별점이 될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의 이름을 따 ‘신라면’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광고에는 ‘사나이 대장부가 울긴 왜 울어’라는 말과 함께 ‘매운맛을 좋아하는 분만 드세요’라는 ‘경고성’ 문구가 담겼다. 1986년 10월 11일 판매를 시작한 신라면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농심은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이 지난해 대비 13% 성장한 3억1478만 달러(약 3485억 원)로 집계됐다고 17일 밝혔다. 해외 매출이 급증한 데는 신라면의 공이 컸다. 특히 신라면이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중국 매출이 1억2602만 달러(약 1395억 원)로 작년 동기 대비 16.6% 늘었다. 농심 관계자는 “중국에서 신라면 모델 선발대회, 신라면 요리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펼친 데다 내륙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현재 신라면은 100개가 넘는 나라에서 팔리고 있다. 농심은 세계 시장에서 김치라면과 순라면, 감자면 등을 ‘제2의 신라면’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농심 측은 “한국 식품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제품 포장에 영어와 한글 표기를 병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라면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누적 매출 10조6000억 원을 올려 국내 식품업계 단일 제품으로는 처음으로 누적 매출 10조 원을 넘겼다. 30년간 누적 판매량은 280억 개를 넘는다. 출시 당시 200원으로 삼양라면(100원), 안성탕면(120원)보다 비싼 프리미엄 라면이던 신라면의 현재 권장소비자가는 780원이다. 오뚜기의 진라면(720원), 삼양식품의 삼양라면(760원) 등 다른 회사의 주력 제품과 가격 차가 거의 없다.

농심은 해외 시장에서의 선전으로 국내 라면 매출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인 농심의 올해 2분기(4∼6월)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4% 감소했다. 특히 국내 매출액은 5.6% 줄었다. 시장조사기관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59.2%였던 시장점유율은 올해 51.3%로 감소했다. 2위인 오뚜기는 23.4%까지 점유율을 올렸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농심#신라면#신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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