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선강퉁 시대… 中증시 단비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8일 03시 00분


12월 시행유력… 투자자 관심 고조
금융업 많은 상하이와 달리 IT 중심… 中 1위 전기車-영화배급사 등 포진
투자대상 늘어 유동성 확대 기대감… 후강퉁 버블 경험에 투자 비관론도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이 중국 선전거래소 상장 주식을 직접 사고팔 수 있는 ‘선강퉁(深港通) 시대’가 연내 개막한다. 중국 정부가 선전과 홍콩 증시의 교차 거래를 허용하면서 외국인의 선전증시 직접 투자가 가능해진 것이다. 선(深)은 선전을, 강(港)은 홍콩을 의미하며 선강퉁은 양쪽을 통(通)하게 한다는 뜻이다.

선강퉁 효과로 최근 1년간 롤러코스터를 탄 중국 증시가 되살아날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선강퉁 시행 시기로 12월이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16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선강퉁 실시방안’이 비준됐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이후 홍콩거래소 등에서 4개월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선전거래소는 중국의 신경제 관련 기업들이 다수 포진한 증시다. 업종별로 정보기술(IT·20.7%), 산업재(19.7%), 경기소비재(16.2%) 등의 비중이 높다. 중국 대표 증시인 상하이지수에 금융업이 34.0%로 가장 많고, IT는 4.4%에 불과한 것과 대조된다. 세계 1위 전기자동차 회사인 중국 비야디(比亞迪·BYD), 중국 1위 영화 배급사 완다(萬達)시네마, 헬스케어 회사 상하이라이스(上海萊士) 등이 선전증시의 대표 종목으로 꼽힌다.

대표 지수로는 거래소 시가총액 상위 500개 기업으로 구성된 선전성분지수, 중소기업 위주인 중샤오반(中小板·SME), 벤처기업 중심으로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촹예반(創業板·차이넥스트) 등이 있다. 선강퉁으로 직접 투자가 허용된 종목은 선전성분지수, SME와 차이넥스트 종목 중 우량 종목을 편입한 중샤오촹신(中小創新)지수 종목 등 867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금융투자업계도 선강퉁 시행에 따른 투자 전략을 세우고 관련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에서 열린 ‘중국 시황 및 선강퉁 투자전략’ 세미나에는 약 100명의 투자자가 몰려들어 선강퉁과 후강퉁의 차이점, 눈여겨볼 종목 등과 관련된 질문을 쏟아냈다. 박태홍 한국투자증권 해외투자영업부 상무는 “중국 증시가 최근 침체였지만, 선강퉁 효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강퉁 시행을 앞두고 관련 투자 상품도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선전 1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차이나 심천 100 인덱스펀드’를 내놨으며, NH투자증권은 ETN(상장지수증권)인 ‘QV CHINEXT ETN’을 상장시켜 판매 중이다. 중국 중소형주를 편입한 펀드들도 선강퉁 편입 종목을 앞세워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선강퉁 시행으로 중국 증시로 자금이 몰리면서 유동성이 풍부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투자 대상이 확대되는 만큼 선강퉁은 투자 심리를 개선시킬 것”이라며 “최근 글로벌 증시에서 신흥국이 강세를 보이는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후강퉁 이후 중국 증시의 버블을 경험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전증시에 과대평가된 종목이 많아 적극적인 투자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상하이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7월 말 기준 14.8인 것에 비해 선전 증시는 33.5이며, 차이넥스트는 72.7에 이르는 등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선강퉁#홍콩증시#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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